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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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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내 인생의 봄날- 이현근 문화체육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4-03-1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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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이다. 아직 꽃샘추위에 두꺼운 점퍼를 과감하게 벗어던지지 못한 3월 초순이지만 절기상 어김없는 봄이다. 봄의 기운은 달력을 보지 않더라도 곳곳에서 느껴진다. 들녘에는 긴 겨울 동안 차가운 땅을 뚫고 겨우 얼굴을 내민 봄 쑥을 캐려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제주에서는 유채가 꽃망울을 터뜨렸고, 남쪽 지방에는 개나리와 진달래, 홍매화와 산수유까지 잇단 개화 채비를 마쳤다. 어시장에는 봄 도다리가 제철 어종으로 귀한 대우를 받고 있다.

    ▼봄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겨울에는 으레 춥기 때문에 내복까지 챙겨 입으며 추위에 대비하지만 시시때때로 몰아치는 꽃샘추위는 체감상 겨울보다 더한 추위를 타게 한다. 불청객은 또 있다. 언제부터인가 이맘때면 중국 고비사막과 몽골 등지에서 날아오는 황사로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최근에는 오염물질이 섞인 중국발 미세먼지까지 가세해 한반도를 덮치는 일이 잦아졌다. 봄나들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사람들은 곧잘 “그때가 봄날이었다”고 말하곤 한다. 인생에서 가장 눈부시게 화려했던 시기를 말하는데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가운데서도 하필 봄날을 인생의 절정기라 불렀을까. 사람의 인생에 비유하면 봄은 유아기에서 청소년 이전 시기다. 개인적인 무언가를 성취하기도 어려운데 하필 봄일까. 봄은 여름보다 강렬하지도 않고, 가을처럼 풍요롭지도 않다. 그럼에도 봄날로 비유한 것은 아마도 겨우내 힘든 고난을 뚫고 새 생명이 탄생하는 꽃피는 계절이기 때문일 듯하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새들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가수 백설희 씨의 원곡이지만 조용필과 장사익, 한영애까지 리메이크한 노래 ‘봄날은 간다’(손로원 작사)의 가사다. 몇 년 전 가사의 시적인 표현이 문학작품에 비견돼 우리나라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대중가요로 뽑히기도 했다. 꽃이 피면 봄날이 오듯 꽃이 지면 봄날은 간다. 꽃이 영원히 피어 있을 수 없듯이 아쉽지만 봄날은 간다. 우리네 인생에도 각자의 봄날이 있을 것이다. 올봄, 갈 때 가더라도 내 인생의 찬란한 봄날을 맞이해보자.

    이현근 문화체육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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