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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소나무 살리기, 국민 참여가 필요하다- 이현복(서부지방산림청장)

  • 기사입력 : 2014-03-19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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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나무는 십장생의 하나로 장수(長壽)를 의미하고, 비바람과 눈보라의 역경 속에서도 푸른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선비들의 꿋꿋한 절개와 의지를 상징한다.

    소나무의 ‘솔’은 으뜸가는 나무란 뜻으로 가장 좋은 건축재이자 관재 (棺材)였다. 또한 귀한 송이버섯과 복령(茯笭)은 소나무가 자라는 곳에서만 난다. 소나무에 대한 사랑은 오늘까지 이어져 2010년 한국갤럽 조사 결과 한국 국민의 68%가 소나무를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꼽았다.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소나무가 소나무재선충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재선충병은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발견된 이후 급속도로 퍼져, 지금은 전국 60개 지역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경남의 경우 거제, 통영, 진주 등 14개 시군에서 50만 그루의 고사목이 발생했는데 특히 거제지역의 피해가 극심하다.

    소나무재선충병은 1㎜ 크기의 재선충이 소나무에 침입해 급속히 번식함으로써 수분과 양분의 이동통로를 막아서 말라죽는 병이다. 재선충 1쌍이 20일 후에는 무려 20만 마리 이상으로 증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한번 감염되면 치료약이 없어 100% 죽는다고 해서 흔히 ‘소나무에이즈’라 불린다.

    재선충은 스스로 이동할 수 없고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를 통해서 이동한다. 따라서 방제방법도 솔수염하늘소가 우화해 이동을 시작하는 시기 이전, 즉 4월 말까지 감염된 소나무를 벌채해 훈증, 소각, 파쇄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산림청에서는 재선충병 피해 고사목을 4월 말까지 완전 제거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서부산림청도 관할구역에 상관없이 지자체와 책임방제지역을 나눠 220여 명의 방제인력을 투입해 주말도 반납한 채 사투를 벌이고 있다.

    재선충병은 한동안 산림당국이 방제에 혼신의 힘을 다한 결과 상당한 방제효과를 거두었으나, 최근에 기상이변과 관심 소홀 등으로 인해 급속히 확산됐다. 재선충병은 감염된 소나무를 제거하지 않고 방치하거나 제거할 때 한 그루라도 놓치면 나중에 수많은 소나무가 피해를 입는다. 한마디로 방제를 하더라도 완벽하게 하지 않으면 방제효과가 떨어진다.

    재선충병 방제는 국가와 지자체, 주민들이 혼연일체가 돼야 성과를 내고 시너지효과도 거둘 수 있다. 중앙정부는 예산 확충과 방제방법 개발 등에 힘쓰고, 지자체는 의지를 가지고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인력과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일부만 방제하면 미처 제거하지 못한 고사목에서 재선충이 창궐해 피해가 커지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게 된다. 여기에 국민의 관심도 절대 필요한데, 국민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소나무 고사목을 발견하면 바로 신고하고, 감염된 소나무를 불법 이동하지 않도록 실천하면 된다. 방제를 위해 훈증 처리한 소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하기 위해 가져감으로써 재선충병을 확산시킨 사례를 다시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소나무는 겨레의 얼과 정신을 상징해 온 민족의 나무다. 흔히 볼 수 있는 단순한 나무가 아니라 우리 정신의 표상이며, 혼이 깃든 문화유산이다. 재선충 방제에 온 국민이 함께 해야 하는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우리들에게 소나무를 살리기 위해 주어진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다. 4월 말까지는 온 국민이 재선충병 방제는 물론 산불 방지에도 힘을 보태야 할 때다.

    이현복 서부지방산림청장


    ※여론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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