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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새미 깊은 물- 조기조(경남대 이비즈니스학과교수)

  • 기사입력 : 2014-04-0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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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웃에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들어섰다. 편리한 주차시설, 쾌적한 환경, 원스톱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여건이라 편리하다. 이곳에 납품을 하는 생산자들도 신이 나는 모양이다. 얼마나 편리한가? 시설이 좋아 신선하고 유통기간도 잘 지킨다. 이들보다 작은 체인 마트는 24시간 불을 밝히고 손님을 맞는다. 물 한 병, 껌 하나 사는 손님들로 24시간 운영비를 뽑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

    문제는 이들보다 더 영세한 골목의 구멍가게와 재래시장의 상인들이다. 말 그대로 민초이자 서민 중의 서민이다. 이들은 파리를 날리다 문을 닫는다. 생계수단이 막막하다. 이런 구멍가게들이 가뭄에 비 오기를 기다리다 말라 죽은 들풀들이다. 아직 숨이 붙어 있는 가게들도 오늘내일 한다. 재래시장은 어떠할까?

    나는 일요일 아침이면 가끔 번개시장이 서는 곳으로 산보를 간다. 우선 한 바퀴 둘러보고 관심 있는 물건이 있으면 다시 와서 산다. 최근에는 기새(원추리) 새싹을 사라는 시골 할머니를 보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값도 싸서 이들 시골 할머니들이 살림에 도움이 되기는 할까 싶지만 그래도 용돈은 보탤 것이다. 가끔은 옛 마산의 어시장을 둘러본다. 비릿한 생선 냄새가 싫지 않다. 활어는 살아 펄떡이는 모습이 좋고 생선을 둘러보다 젓갈을 사기도 한다.

    시골집에는 샘이 있었다. 박 바가지로 퍼서 밥도 짓고 국도 끓이고 간단한 빨래도 하고 도랑에는 김칫독을 두어 냉장고처럼 썼다. 그 새미(샘)도 가물면(장기불황이면) 말라 버렸다. 그러면 물동이를 이고 큰 새미로 가서 물을 길어 와야 했다. 특히나 겨울(비수기)이면 샘이 얼고 물이 말라 주부들의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불과 20~30년 전의 이야기다.

    가끔 대형마트와 SSM의 일요일 의무휴업제에 대한 기사를 본다. 일요일에 휴업을 하도록 하는 것이 규제이고 소비자에게 불편을 주며 이들 손님들이 재래시장이나 골목상점으로 가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납품하는 농어민과 소기업에 수익을 악화시키게 된다는 지적이다. 그런 것 같다.

    반면에, 경제력이 있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이 로비를 하고 여론을 형성한다는 주장도 있다. 일요일에 의무휴업을 시켰더니 골목 상점과 재래시장의 매출이 늘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대다수의 농어민이 대형마트에 납품을 하기도 불가능하여 전통시장과 골목의 반찬가게를 위해서도 일요일이나마 닫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리가 있다. 다만 전통시장, 골목의 반찬가게라도 선도 유지를 위한 위생적인 시설은 필요하다.

    가물지도 않고 겨울도 아닌데 이웃에서 큰 우물을 파버리면 작은 샘은 말라버린다. 그러면 모든 가정에 소방차 같은 물차로 물을 공급해야 하는 대역사(복지 지출)를 해야 할 것이다. 물을 얼마나 실어다 주어야 새미처럼 퍼다 쓰게 하겠는가? 가난 구제는 국가도 어렵다. 새미가 마르지 않도록 너무 깊은 우물을 파지 말아야 할 것인데 몰랐던 것 같다. 그런데 일요일이라도 쉬자는 것을 못하겠다는 건가?

    조기조 경남대 이비즈니스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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