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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1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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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합창이 듣고 싶은 이유- 조윤제 사회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4-04-29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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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합창을 들으면 감정이 움직인다. 미국 흑인들이 노예시대에 부르기 시작한 종교적 민요인 흑인영가는 흑인들의 힘겨운 삶을 애잔하게 들려주며 슬픈 감정을 자극한다. 오페라·칸타타·오라토리오의 한 대목을 강조한 합창곡은 성격에 따라 또 다른 감성을 이입시킨다. 경쾌하고 발랄한 곡이라면 사람들의 무거운 마음을 이내 즐겁고 신나는 마음으로 돌려버린다.

    ▼합창을 직접 부르다 보면 들을 때의 감정과 또 다른 감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합창은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 등 남녀혼성 4파트로 단(團)을 이룬다. 소프라노와 테너는 높은 옥타브의 키를 청아하게 불러내며 정열적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알토와 베이스는 낮은 옥타브의 리듬을 차분하게, 그리고 감정 저 밑의 감성을 이끌어낸다.

    ▼합창을 부르거나 들을 때 각 파트의 구성원들이 자기 음역(compass)의 소임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그 합창은 소음(noise)이라는 것을 청중들은 금방 알아차린다. 알토가 소프라노의 음역을 침범해선 안 되고, 마찬가지로 소프라노가 알토의 음정까지 떨어져서도 안 된다. 그 룰은 남성들이 맡는 테너와 베이스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자신이 소화해야 하는 음역과 그 역할이 명백히 정해져 있고, 그 책임을 잘 해내야 “아하! 이게 제대로 된 합창이구나” 하는 박수를 받는다.

    ▼합창은 개개인의 역할이 빈틈없이 완성해 내야 하는 역할극이다. 합창이 보여주는 역할과 조화는 국가와 직장과 가정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대통령이 국가원수로서 치우침 없는 정무를, 회사 임원이 중역으로서 불편부당한 책무를, 가장이 어른으로서 올바른 태도를, 청소년이·어린이가·직장인이·공무원이 그 스스로의 직분을 충실히 수행할 때 올바른 하모니가 울려 퍼진다. 교육현장에서 합창교육이 사라지고 있다. 합창교육이 사라진 10년, 20년 후에는 어떤 하모니 또는 소음이 역할과 질서가 무너지는 우리 사회에서 울리고 있을까.

    조윤제 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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