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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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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청어와 상어- 이상권 정치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4-05-29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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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해나 베링해협에서 잡은 싱싱한 청어는 영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아침식사 재료였다. 그래서 살아 있는 청어는 냉동 청어에 비해 두 배 이상 비싼 값에 거래됐다. 어부들은 청어를 산 채로 북쪽 바다에서 먼거리의 런던까지 운반하려고 온갖 노력을 했다. 하지만 청어는 워낙 성질이 급해 육지에 도착하기 전에 거의 다 죽었다.

    ▼그러나 한 어부만 싱싱하게 산 채로 청어를 운반했다. 좀처럼 비결을 가르쳐 주지 않던 그는 동료들의 강요에 못 이겨 마침내 입을 열었다. “청어를 넣은 통에다 상어를 한 마리씩 집어넣는다.” 다른 어부들이 놀라 물었다. “그러면 상어가 청어를 다 잡아먹지 않는가?” 어부는 말했다. “상어가 청어를 쫓지만 두세 마리밖에 못 잡아먹는다. 나머지 수백 마리의 청어는 잡아 먹히지 않으려고 계속 도망쳐 다닌다. 런던에 도착해도 청어들은 여전히 싱싱하다.” 살아나기 위한 치열한 생존 몸부림이 결국 청어를 살아 있게 한 것이다.

    ▼도도새는 날지 못해 비극을 맞은 새다. 인도양 모리셔스섬의 천적이 없는 환경에서 굳이 날아다닐 필요가 없었다. 결국 더위를 피할 정도의 부채질할 만한 크기로 날개를 줄이는 것을 택했다. 20㎏을 넘나드는 큰 몸집에 날개가 퇴화했다. 하지만 섬 외부로부터 다른 생물이 들어오면서 생존의 위협을 받고 인간에게 발견된 지 150여년 만인 1681년 남획으로 멸종했다. 도도새라는 이름은 포르투갈어로 ‘어리석다’는 의미에서 유래했다. 사람을 두려워하지도 않고 날지도 못해 쉬운 먹잇감이 됐기 때문이다.

    ▼긴장은 스트레스에 대한 신체의 반응이다. 지나치면 일을 그르치지만 적당한 긴장은 창조적이고 건설적인 활력소다. 하지만 요즘 대한민국은 긴장이 넘쳐 ‘스트레스 공화국’이다. 사람들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는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평정심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인 것은 과학적으로도 검증된 사실이다.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청어의 얘기가 새삼스럽지 않으니 오호통재라.

    이상권 정치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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