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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7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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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실패(인류 운명을 바꿀 수도 있었던 미완의 프로젝트 12)

세상을 놀라게 할뻔한 프로젝트들
‘1주 10일’ 프랑스 혁명력

  • 기사입력 : 2014-05-3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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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①프랑스 보베시 주교구는 13세기 초 다른 도시와 경쟁하기 위해 높이를 강조한 보베 대성당을 건축했다.
    ③보베 대성당 내부 기둥 사이에 보조물을 덧대 하중을 지탱하고 있다.
    ②동쪽에서 바라본 보베 대성당.




    #1. 프랑스 공화주의자들은 예수의 탄생을 새 시대, 즉 프랑스 공화정과 분리시키려 했다. ‘1주 10일’의 프랑스 혁명력이 그것이었다. 오랜 세월 사용된 달력을 바꾸겠다는 시도는 의외로 13년 동안이나 유지됐다. 만약 혁명력이 오랫동안 살아남았더라면 지금 우리 생활과 문화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2. 1920년대, 다른 곳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 모두 가능했던 과학자의 메카, 소련. 특히 소련은 동·식물과 인간의 유전형질을 연구해 현대 국가로의 도약을 꾀하겠다는 목적으로 유전학이 급부상했다. 급기야는 인간과 원숭이의 교배 실험이 추진됐다. 인간 본성의 개량이 가져올 새로운 미래에 대한 기대가 고조된 분위기에서 실행된 전무후무한 실험이었다. 인간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시대적 분위기, 미흡한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과대망상에 가까운 과학관이 횡행하던 시기의 일그러진 자화상이었다.

    #3.건축가들이 하늘을 찌르는 마천루를 최대의 도전과제로 생각하듯, 중세에는 대성당이 그런 대상이었다. 프랑스에서는 파리의 생 드니 개축 이후 300년 동안 100개의 대성당이 지어졌고, 거기에 다른 대형 성당 500여 개가 더 추가됐다. 최고의 성당을 짓기 위한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었다. 그런데 독립과 권력의 상징인 보베의 생 피에르 대성당은 완공하지 못하고 계획의 일부만 건축했다. 왜일까?

    역사는 승리한 자들이 기록한다. 그들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줄곧 사관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자들이다. 성공하지 못하고 패배한 사람들은 누구나 역사적 기록에서 외면 또는 부당하게 취급되거나, 아니면 기억에서 근절돼 통째로 잊힌다. 이는 모든 시대, 모든 문화에서 마찬가지다.

    하지만 광범위하게 무시되고 잊힌 이야기들, 실패를 걸러내고 성공 사례만을 선호하는 식으로 선별해낸 역사를 어떻게 돌아볼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책은 인간 능력의 한계를 시험한 프로젝트의 실패를 다룬다. 대실패에 그친 거대 프로젝트 중 12개를 선별해 그 의도와 문제점, 좌절 과정, 효과와 의미를 상세히 조명한다.

    저자는 인류의 운명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을 수도 있었던 이러한 인간의 노력과 실패를 통해 역사의 교훈을 찾고자 했다.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된 실패의 역사는 우리에게 더 나은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지혜를 제공함과 동시에, 성공만을 기억하는 역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 진지한 물음을 던진다.

    모두 334쪽 12장으로 구성된 책은 사람들로 하여금 일생을 몰두하도록 만든 충동의 근원이 무엇이었을까. 확신과 이상주의, 전능함에 대한 환상, 기술만능주의 등의 민낯이 남미에서 시베리아, 칠레와 카스티야, 스탈린의 소련과 나치 독일, 중세와 혁명기의 프랑스, 지중해 연안, 아마존의 열대우림과 아프리카 내륙 지방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펼쳐진다.

    저자는 “대실패작으로 결론이 났다는 건 오히려 좀 더 야심찬 아이디어였다는 방증”이라며 독자들에게 ‘위대한’ 실패를 교훈 삼아 역사를 다시 한 번 뒤돌아보라고 조언한다.

    넘어진 자만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

    베른트 잉그마르 구트베를레트 저/장혜경 역, 율리시즈 간, 1만5000원

    정오복 기자 obokj@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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