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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밀양 여우- 이학수 경제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4-06-25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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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의 ‘전설의 고향’은 오랜 기간 시청자의 사랑을 받은 장수 프로그램이었다. 특히 꼬리가 아홉 달린 천년 묵은 여우 ‘구미호’가 나오는 여름 납량특집은 꼭 봐야 했다. 깊은 밤 산길, 으스스한 공동묘지 주변을 혼자 넘어갈 때면 하얀 소복을 입은 여자가 나타났다. 공중제비를 하며 이빨과 손톱을 드러낼 때는 간담이 서늘했던 기억을 갖고 있다.

    ▼간절히 인간이 되고자 했던 구미호는 늘 우리 곁을 맴돌았다. 하지만 약속을 저버린 인간을 원망하거나 복수하며 인간 곁을 떠났다. 구미호처럼 실제 여우는 행동이 민첩해서 금방 나타났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 버린다고 한다. 굴에 살지만 굴 파는 기술이 좋지 않아 오소리 굴을 더럽혀 가로챈다고 한다.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호기를 부린다는 ‘호가호위(狐假虎威)’의 고사에서 보듯이 여우는 교활하고 영리한 동물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나라 토종 야생여우는 거의 멸종한 것으로 보인다. 한때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으나, 모피 생산과 쥐약놓기 등으로 사라졌다. 최근 밀양의 한 야산에서 야생여우로 추정되는 여우가 발견돼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004년 강원도 양구군 대암산서 수컷의 사체가 발견된 이후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토종 야생여우로 판명될 경우 살아있는 여우로는 남한에서 40년 만에 발견되는 것이라고 한다.

    ▼미국 애리조나주 카이바브 고원은 사슴과 퓨마, 늑대가 공존하며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인간이 사슴을 보호할 목적으로 퓨마와 늑대를 포획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사슴 개체가 급속히 늘면서 풀이 부족해졌고, 급기야 고원이 황폐해져 되레 사슴이 굶어죽는 사태가 일어났다. 생태계가 인위적 힘으로 균형이 깨진 ‘방아쇠 효과’다. 생태계에서 사라진 야생여우가 원한의 구미호가 되지 않을까. 갑자기 섬뜩해진다. 이학수 경제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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