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19일 (일)
전체메뉴

[세상을 보며] 경남미술, 젊은 작가들이 없다는데- 이문재(문화체육부 부장)

  • 기사입력 : 2014-11-18 11:00:00
  •   
  • 메인이미지




    “미술대학을 갓 나온 작가들이 붓을 꺾는 것은 이들이 작가를 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꿈꿨던 작가적 의지는 먹고사는 일과 맞닥뜨리면 여지없이 무너진다. 기성작가들이 신경을 써주지도 않는 데다, 갤러리나 미술관의 문턱도 너무 높다.” 한 여성 청년작가가 울컥했다. 지난주 저녁 경남도립미술관 3층 로비에서 열렸던 ‘경남미술 발전 방안 모색 라운드테이블’에서 마주한 상황이다.

    지역 미술작가들의 삶이 팍팍하고, 이로 인해 젊은 작가들을 찾기 쉽지 않다는 사실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사정이 이런 줄은 생각지 못했다. 후배라 사랑스럽고, 젊은 미술인이라 환영해주고, 이들이 있어야 지역 미술의 미래가 있다며 끌어주고 밀어주고 있는 줄로만 알았다.

    이 여성작가의 말에 누군가가 답을 했다. “물론 학교나 교수, 기성작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자신이 작가의 길을 걷겠다는 의지다. 젊은 작가들의 꿈과 이상이 얼마인지 되묻고 싶다”고, 또 “젊은이들이 미술협회에 가입하지 않는다. 미협 구성이 취미반과 다를 바 없다는 이유다. 이런 게 불만이라면 제대로 공부한 사람들이 들어와 풍토를 바꿔야 되는 게 아닌가. 젊은 작가들은 이전과 달리 손익에 민감하다. 관심도 품 안에 들어야 해줄 수 있는 게 아닌가”고 했다.

    또 누군가가 “젊은 작가들이 보이지 않는 것은 기성 작가들이 자리를 만들어 주지도, 비전을 제시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청년작가들이 왜 기성작가들과 교류하지 않으려고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지역의 미술관, 갤러리, 큐레이터 등 모두에게 주어진 숙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한쪽은 척박한 환경을 탓할 게 아니라 스스로가 문제를 깨치고 나가는 치열함과 열정을 갖춰야 한다는 논리다. 다른 한쪽은 그 이전에 기성작가들이나 지역 문화가 이들이 진입할 수 있는 문을 열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어느 쪽 말이 옳은지, 또 어떤 게 순서가 맞는지 판단이 서지 않았지만, 경남미술판에서 젊은 작가들이 처해 있는 현실을 곱씹어 볼 수 있는 대화였다.

    ‘젊은 작가’의 품귀현상에 관련한 지원과 제도적 문제도 가감없이 쏟아졌다. 전시공간의 부족에서부터, 정부·지자체·관련 기관의 미미한 지원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누군가가 “그림만 그려서 중산층이 될 수는 없다, 젊은 작가들을 비난할 일이 아니다. 창작이 국가의 동력이라지만 기초예술에 대한 지원은 제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작가 설 자리가 있겠는가”라고, 또 다른 이는 “갤러리 등이 문턱을 낮추고, 관련 기관들로 지원책을 강구해 젊은 작가들의 작업을 독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반면 “문화·예술분야의 지원문제는 미술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미술시장은 파이가 작다. 좀 크게 볼 필요가 있다. 제도적·환경적 문제에 얽매이지 말고, 산업·관광화 등으로 시야를 넓혀 보자. 개인의 의지나 실험과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고 이는 젊은 작가들의 몫이다”는 말도 나왔다.

    동아줄을 먼저 내려줘야 한다는 것, 동아줄을 스스로가 꼬아서 내려야 한다는 논리가 뒤섞였다. 여전히 선후(先後)에 대한 갈피를 잡기가 힘들었다. 앞과 뒤의 무게가 비슷하면, 앞과 뒤를 중앙으로 끌고 나오는 게 가장 쉽고 합리적인 방법이다. 젊은 작가 반(半), 기성작가 반(半) 다가오면 중심이 잡힐 일이다. 또 젊은 작가 반(半), 정부·기관 노력 반(半)이면 어려움을 헤치는 길을 열 수가 있을 텐데.

    이문재 문화체육부 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