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30일 (화)
전체메뉴

[경제인칼럼] 한강의 기적 그리고 농촌- 김진국(경남농협 본부장)

  • 기사입력 : 2015-05-18 07:00:00
  •   
  • 메인이미지

    제네바의 국제통상기구에 근무하던 한국인 지인은 세계 각국을 방문할 때마다 한국이 잘살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 개발도상국 관료들의 질문 때문에 곤혹스러웠다고 한다. 해외에서 심각한 질병이 발견된 주재원이 한국에서 치료를 마치고 돌아가면 현지 주치의들이 한국의 의료기술에 깜짝 놀란다고 한다. 이제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2만달러와 인구 5000만명이 넘어야 되는 20-50 클럽 7개국 중 하나가 됐고 무역규모 1조달러를 달성한 무역대국이 됐다. 또한 세계 최고의 전자정부가 되었고, 한국에서 통하면 세계에서 팔리는 첨단제품의 시험대가 됐다.

    외국인 대상으로 귀국할 때 가져가고 싶은 것 3가지가 무엇인지 조사하니 교통카드, 휴대폰, 야식 배달이라고 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카드 한 장으로 대중교통을 자유롭게 환승할 수 있고, 달리는 지하철에서 휴대폰으로 TV를 시청할 수 있다. 세계에서 이런 나라는 드물다. 20여년 전 우리 자동차 현지 지사장은 유럽 고속도로에서 우리 자동차를 하루에 3대 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지금은 한국산 자동차가 지구촌을 누비고 있다. 한국의 스마트폰은 전 세계인이 갖고 싶어 하는 상품이 됐다.

    하드웨어뿐만 아니다. 작년 6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된 세계 3대 음악콩쿠르 중 하나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한국의 소프라노 황수미가 우승을 차지했다. 그녀가 부른 푸치니 투란도트의 ‘들어보세요 왕자님(Signore Ascolta)’에서 보여준 절절한 감정이입과 표현력은 청중을 압도했다.

    이 콩쿠르는 피아노와 성악, 바이올린 부문이 3년 주기로 번갈아 열리는데 3년 전에도 한국인이 이 대회에서 우승한 바 있다. 올해 11번 개최된 세계여자프로골프대회에서는 한국의 낭자들이 7개의 대회를 휩쓸었다.

    우리나라는 처음으로 참가한 1948년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 두 개를 얻었지만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금메달 13개 등으로 세계 5위를 기록했다. 북미의 인기종목인 야구와 유럽의 인기종목인 축구 모두에서 세계 4강에 진출한 국가는 한국뿐이다. 40여회 개최된 국제기능올림픽에서 한국은 18번 우승했다. 이처럼 광복 70년, 근대화 50년, 민주화 25년 동안 이룩한 한국의 성과는 한강의 기적으로 요약된다.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수상은 ‘한국을 배우자’는 자신의 정책이 옳았다고 했다. 피터 드러커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가 이룩한 성과 가운데 가장 놀라운 성과는 경제발전을 이룬 대한민국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강의 기적은 그저 얻은 것이 아니다. 기적의 원동력은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눈물, 월남 참전 용사의 피, 열사의 땅에서 흘린 해외파견 근로자의 땀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한강의 기적의 토대는 농업과 농촌의 희생 위에서 시작됐다. 우리 농업과 농촌은 수많은 인재와 산업역군의 공급원이었고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자는 새마을 운동의 발상지였다. 특히 새마을 운동의 성공은 농촌과 나라를 바꾸었으며 무엇보다도 국민들에게 ‘하면 된다’는 의식의 개혁을 가져왔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성과는 생명창고를 지켜온 농업인과 농촌의 희생이 바탕이 됐다. 그들의 피와 땀과 눈물, 농업과 농촌의 희생에 대한 무관심, 배려와 존중과 원칙이 일탈된 사회적 갈등의 표출은 부끄러울 따름이다. 그들이 이룬 성과를 품격을 갖춘 일류국가로 바꾸어 나가는 것, 그것은 우리들의 몫이다.

    김진국 (경남농협 본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