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6일 (금)
전체메뉴

[기고] 지리산, 이제는 ‘길섶 생태계’ 복원이다- 김임규(지리산국립공원소장)

  • 기사입력 : 2015-07-29 07:00:00
  •   
  • 메인이미지

    ‘길섶’은 길 가장자리를 의미하는 순우리말이다. 즉 사람이 다니는 길과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깊은 숲속과의 경계이자 연결고리가 되는 공간을 의미한다.

    필자는 국립공원에서 오래 근무하다 보니 즐거움을 종종 경험했고, 내 삶을 치유하고 지탱해 주는 변치 않는 진리로 남아 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다양한 장비를 활용하여 정상 정복형의 산행을 하다보니 산길은 단단해지고 길섶에 대한 인위적인 간섭이 심해져 갔다.

    이런 현상은 민족의 명산이자 어머니의 산이라 불리는 지리산에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리산 탐방로는 더 이상 부드럽지 않고 단단하게 다져졌으며 탐방이용 압력이 높은 곳에서는 앙상하게 드러난 수목 뿌리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올 한 해 지리산국립공원에서는 이 ‘길섶 생태계 보전’에 집중하고 있다.

    과도한 간섭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길섶 생태계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야생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올 초 실시한 중산리~천왕봉 구간을 포함한 지리산의 주요 7개 탐방로의 길섶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 식물 150여 종, 동물 50여 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1960년대만 해도 곡괭이질을 할 수 있을 만큼 흙이 많았던 지리산 천왕봉이 2000년대에 탐방객 답압으로 인해 바위와 토양을 하나로 잡아줄 식생이 많이 사라졌고 집중호우 등으로 인해 천왕봉 일대 산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 후 8년간 9억원의 예산을 들여 복원사업의 결과 지금은 식피율 90% 이상의 회복률을 보이고 있다. 길섶 생태계가 무너짐으로 제2, 제3의 천왕봉 훼손사태가 발생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길섶 생태계를 보전하고자 자연친화적인 훼손 탐방로 복원공사를 중심으로 자원봉사자와 탐방객이 참여하는 ‘생명토(흙) 나르기’ 행사, ‘스틱 사용 안하기’ 시범구간 운영, 집중 이용 탐방로의 탐방객 분산 유도 시행 등 인간보다는 자연을 우선시하는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이런 노력들이 지리산국립공원을 생물종 다양성이 풍부하고, 자연생태계가 건강한 생명의 산으로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고 있으며, 지리산은 반달가슴곰을 비롯한 매, 수달, 하늘다람쥐, 삵, 담비는 물론 가시오갈피, 복주머니란, 석곡, 기생꽃 등 40여 종의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서식하는 자연생태계의 보고로 인정받고 있다.

    조선시대에 남명 조식선생을 비롯한 32명의 선인들이 천왕봉을 다녀갔음을 유람록 등의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선인들에게 지리산은 단순한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휴식이자 자기 내면과의 만남이었으며, 그 속에서 얻어지는 또 다른 깨달음이었다. 바로 휴양(休養)인 것이다.

    온 국민이 지리산을 찾고 그 안에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지리산 길섶 생태계 보전’에 많은 분들의 관심과 사랑을 기대해 본다.

    김임규 (지리산국립공원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