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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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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20대 조폭의 고백(3) "그때 누군가 손을 내밀어줬다면"

[기획] 어느 20대 조직폭력배의 고백 (3)
“부모님 이혼 후 사랑받는 느낌 없었어요”
내가 왜 이렇게 됐을까 생각하니 가족들과 즐거웠던 기억 없어

  • 기사입력 : 2015-08-30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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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훈씨는 조직에 들어가 계속 ‘나쁜 짓’을 했다. 처음이 어렵지 그 다음부터는 쉬웠다.

    범죄를 저지르는 횟수가 늘고 대담해질수록 지훈씨는 ‘조직에서 탐나는 인재’로 유명세가 높아져 갔다. 그리고 결국 자발적으로 조폭이 됐고, 또 성인 범죄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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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싸움의 기술'의 한 장면.

    전과가 얼마나 되느냐는 물음에 지훈씨는 잠시 생각하더니 “글쎄요, 너무 많아서”라고 답했다.

    그는 “소년원에 몇 번 갔다 와도 정신 못 차려요.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예요”라며 “오히려 거기서 만나 친해진 애들끼리 밖에 나와서 전국구니 뭐니 하면서 모여 ‘요새 너네는 무슨 작업하냐’면서 정보 공유도 하고 그래요. 한 번 갔다오면 ‘레벨 업’하는 거죠”라고 했다.

    내친김에 그에게 ‘어떻게 하면 사고도 안 치고 정신을 차렸을지’를 물었다. 그는 대화를 나누던 중 가장 밝게 웃었다.

    “요즘 친구들이랑도 이런 대화를 많이 해요. ‘우리가 왜 이렇게 됐을까, 이렇게 안 되려면 뭐가 필요했을까’ 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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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다시 진지해졌다.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전 가족들과 웃으면서 대화하거나 즐거웠던 기억이 없어요. ‘사랑받고 있다’고 느낀 적도 없구요.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어린 나이에 받아야 할 사랑을 못 받고 자란 것 같아요. 친구와 얘기했어요. 우리 진짜 사랑이 많이 필요하지 않았냐고.”

    지훈씨는 중학교 3학년부터 창원의 한 대안교육위탁학교에 다녔다. 그는 이 시절을 ‘스스로 변화가 느껴지던 때’로 기억했다.

    “저는 거기 선생님들이랑 상담하고 그랬던 게 제일 좋았어요. 여자친구 문제부터 사소한 것까지 힘들 때마다 찾아가서 얘기했어요. 생각해보니까 학교 다닐 때랑은 다르게 선생님들이 단 한 번도 저한테 소리지른 적이 없는 거예요. 다 사랑으로 감싸주고 믿어주고. 그래서 몇 년 뒤에 졸업할 때 눈물이 났어요. 지금도 선생님들을 종종 찾아뵙고 그래요.”

    경남의 청소년 관련 사업에 쓰이는 전체 예산(시·군비 제외)은 100억원가량. 이 중 과거 지훈씨와 같은 위기 청소년을 위한 지원사업인 ‘청소년 동반자프로그램’, ‘학교 밖 청소년 지원사업’ 등에 지원되는 예산은 39억원 정도다. 그러나 여기에는 학업중단에 따른 교육지원, 취약계층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나 문화체험 기회 등 일시적인 지원도 모두 포함돼 있어, 지훈씨 같은 소년범을 위한 ‘회복 프로그램’만 따지면 이보다 훨씬 적다.

    지훈씨는 “저는 여기(조폭) 생활을 잘 알잖아요. 환상이랑 실제가 얼마나 다른지. 기회가 된다면 다시 상담 공부 같은 것도 해서 과거의 저 같은 애들을 도와주고 챙겨주고 싶어요. 이미 너무 늦어버린 게 아니라면요”라며 말끝을 흐렸다.

    김언진 기자 hop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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