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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텔레비전- 이상권 정치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5-10-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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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56년 5월 12일 서울 세종로와 서울역 등에 40여 대의 텔레비전 수상기가 설치됐다. 미국 RCA(Radio Corporation of America)사가 한국 대리점에 수출한 20인치 흑백 수상기였다. 세계에서 15번째, 아시아에서 일본, 태국, 필리핀에 이어 4번째 TV 방송이었다. 1966년 금성사(현 LG전자)에서 최초의 국산 TV를 만들었다. 4개의 다리가 달린 19인치 가정용 제품이었다. 가격은 6만3510원으로 당시 쌀 한 가마가 2500원이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고가였다.

    ▼비싼 가격 때문에 TV가 흔치 않던 1960~70년대 국제 스포츠 경기나 인기 드라마를 방영하는 날이면 TV가 있는 집으로 동네사람들이 모이는 게 흔한 풍속도였다. 빈손이 머쓱해 감자나 옥수수, 계란 등을 가져오기도 했다. 대청마루에 모셔둔 TV, 마당 한쪽의 모깃불, 평상과 멍석에 어른과 아이들이 옹기종기 자리 잡던 여름날의 풍경은 흑백TV만큼 빛바랜 기억이 됐다. 이제는 휴대폰으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흔한 TV지만 불과 40여 년 전에는 신세계를 들여다보는 통로였다.

    ▼최근 통계청이 밝힌 ‘2015 고령자 통계’를 보면 65세 이상 노인은 지난해 하루 평균 3시간 48분을 TV시청으로 소일했다. 하루 여가시간 7시간 16분 중 절반에 해당한다. 80세 이상 남성은 하루에 5시간 이상 TV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저소득 고령자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돈이 안 드는 TV나 DVD 시청으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진 것으로 분석했다.

    ▼텔레비전(Television)은 그리스어로 ‘멀리(tele)’와 라틴어로 ‘본다(vision)’가 합쳐진 단어다. TV는 인간의 감성과 경험의 한계를 넘어 더 멀리,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게 한 공간이었다. 가족과 동네사람을 모으고, 일상의 시·공간을 지배했던 TV는 이제 노년의 가난과 고독을 달래는 매개체로 전락했다. 성성한 백발과 굽은 등으로 드라마에 몰입한 뒷모습이 언젠가 우리의 자화상이 될 수도 있음에, 한때 신세계였던 TV를 보는 감정이 애잔하다.

    이상권 정치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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