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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1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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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역사문화 탐방 (6) 청이당 터와 하봉 일대

신라시대 화랑들이 장쾌한 풍경 보며 무예 닦던 곳

  • 기사입력 : 2015-10-07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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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는 유난히 지리산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9월 하순에 찾은 영랑대와 소년대로 이어지는 지리산 하봉 일대는 오색찬란한 단풍이 절정을 이루며 탐방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리산 고지대는 단풍이 물드는 듯하다가 이내 말라 낙엽으로 뒹구는데 올해는 초가을 날씨가 포근해 단풍 색깔이 선명하다.

    이번 탐방지는 지리산 동부능선 자락의 청이당 터와 마암, 그리고 영랑대와 소년대로 이어지는 하봉 일대이다. 옛 선인들은 남북을 오가기 위해 청이당 고갯길을 넘었고, 천왕봉을 오르기 위해 하봉 옛길을 걸었다. 더 오래전인 삼국시대에는 신라 화랑들이 하봉 일대에 올라 지리산의 장엄한 기운을 느끼면서 호연지기를 기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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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랑대에서 바라본 하봉·중봉·상봉. 신라시대 화랑들이 영랑대에 올라 지리산 풍경을 조망하며 무예를 닦았다고 전해진다.

    산행 기점은 하늘 아래 첫 동네로 불리는 산청군 삼장면 유평리 윗새재 마을이다. 윗새재 마을을 출발해 조개골 우측의 등로를 오르며 탐방산행을 시작한다. 산행 시작 40여 분, 등에 땀이 배일 즈음 조개골과 청이당 고개 방향으로 갈리는 분기점인 철모삼거리를 지난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이전에 이곳 이정표에 철모가 걸려 있어서 철모삼거리로 불리고 있다.

    탐방팀은 우측 산기슭 쪽의 청이당 고갯길을 오르며 청이당 터로 향한다. 고도를 높일수록 가을 분위기가 점차 강하게 풍겨난다. 윗새재를 출발한 지 1시간 40분쯤, 청이당 터(해발 1220m)에 도착한다.

    청이당 터는 청이당 고개(일명 쑥밭재) 바로 아래에 위치하는데, 예전 이곳에 ‘청이당’이란 당집이 있었다고 한다. 뒤로는 지리산 동부능선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고 앞에는 맑은 청이당 계곡수가 흐르는 등 배산임수의 명당자리로 보인다.


    선비들과 상인들의 산중 숙박지 청이당

    청이당은 옛 선인들의 지리산 유람록에도 등장하는데, 함양 쪽에서 천왕봉을 오를 때, 중간 기착지 역할을 했다. 이곳에 쉬었다가 하봉을 거쳐 천왕봉에 올랐다고 적고 있다. 또한 남쪽의 진주, 덕산장과 북쪽의 마천장을 오가던 상인들이 이곳에서 하룻밤 묵고 가기도 했다. 청이당 고개는 덕산과 마천을 최단거리로 이어주는 고개로 예부터 많은 사람들이 오갔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고 좌측으로 난 하봉 옛길로 접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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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람 나선 선비들 숙박지 ‘청이당 터’


    옛 선인들이 상봉을 향해 걸었던 하봉옛길과 마암

    하봉 옛길은 청이당 터에서 하봉 능선상의 영랑재까지 길을 말하는데, 아름드리 나무가 즐비한 짙은 숲 속 길이다. 부드러운 흙길이 대부분이라 걷기도 좋다. 등로 주변 나뭇잎은 점차 홍엽으로 변해가고 있고 구절초와 까치고들빼기가 곳곳에 피어 가을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호젓한 숲속을 걷는 산객의 마음은 모든 시름 내려놓고 마냥 편안해진다.

    청이당 터에서 한 시간쯤 걸으면 삼거리 갈림길이 나온다. 좌측은 마암 가는 길이고 우측 길은 하봉 능선상의 영랑재로 오르는 길이다. 탐방팀은 우선 마암을 둘러보기로 한다. 좌측 길로 2~3분 들어서면 큰 암벽이 나타나는데 바로 마암(馬巖)이다. 이전에는 마립대로 불리기도 했는데, 요즘은 주로 마암으로 부르고 있다. 암벽상단에 마암(馬巖)이란 각자가 있어서 그렇게 부른다. 암벽 앞에는 너른 공터가 있고 샘도 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목기를 만들던 ‘말바우 산막’이 있었다고 한다. 말바우는 ‘말바위’ 즉 마암(馬巖)을 의미하는 듯하다.

    마암을 둘러보고 삼거리 갈림길로 되돌아 나와 우측 등로를 따라 영랑재로 향한다. 10여 분 걸으면 하봉 능선의 안부인 영랑재(해발 1600m)에 도달한다. 윗새재를 출발한 지 3시간 만이다. 이곳은 하봉과 국골 사거리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고 지리산 태극종주길이 통과하는 곳이기도 하다. 북쪽 방향의 우측 길은 국골 사거리로 이어지고, 좌측 길은 하봉, 중봉을 거쳐 천왕봉으로 향하는 길이다. 탐방팀은 좌측 방향의 하봉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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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봉을 향해 가는 길 ‘하봉 옛길’


    능선길 주변에는 용담이 무리 지어 꽃을 피우고 있고, 가을 전령사 구절초, 쑥부쟁이 등 국화과 식물들이 만발했다. 가을 분위기 물씬 풍기는 능선길이다. 하봉으로 접근할수록 단풍 색깔은 진해진다. 가을이 빨리 오는 지리산 북사면에는 홍엽과 황엽, 녹엽이 적절히 어울린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곱게 물든 단풍 숲길을 걷는 산객의 마음은 소풍 나선 아이처럼 들뜬다. 하봉 주변의 해발 1700m 이상에는 단풍이 절정을 넘어섰다. 성급한 나무는 벌써 잎사귀를 떨구며 겨울 준비를 하고 있다.


    신라 화랑 ‘영랑’이 무리 거느리고 올랐던 영랑대

    영랑재에서 30여분, 영랑대(1749m)에 도착한다. 영랑대는 하봉 일대의 대표적 조망 암봉이다. 이전에는 하봉으로 불리다가 요즘은 영랑대로 더 많이 불리고 있다. 이곳은 지리산 동부지역 최고의 조망봉으로 지리산 북사면 자락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다. 하봉, 중봉, 천왕봉, 제석봉의 북사면뿐만 아니라 멀리 반야봉까지도 조망된다. 발아래에는 칠선계곡과 지류인 마폭포골, 대륙폭포골을 비롯해 국골도 바라다보인다. 그 골과 골 사이 지능선인 창암능선, 초암능선, 두류봉 능선도 한눈에 조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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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대한 암벽 ‘마암(馬巖)’


    오래전 삼국시대, 신라의 화랑들도 이곳에 올랐던 모양이다. 그들은 이곳 하봉 일대에 올라 장쾌한 지리산 능선들과 천왕봉을 조망하며 호연지기를 기르고 체력과 무예를 닦았다고 전해진다. 특히 이곳 영랑대는 화랑의 우두머리 영랑이 3000무리를 거느리고 올랐던 곳이라고 해 그 이름이 유래됐다. 오늘따라 옅은 구름으로 조망이 신통찮다. 운해가 걷히길 기다려 보지만 걷힐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살짝 보여준 중봉과 상봉 조망에 만족하고 영랑대를 내려선다.

    짧은 하봉 능선 구간 내에는 여러 개의 암봉이 있다. 통틀어 하봉 지역으로 불리지만 명칭이 제각각이고 장소도 특정되지 않고 있다. 하봉, 영랑대, 소년대, 영룡봉, 두류봉, 말봉 등, 이전에는 초암능선 최상부에 우뚝 솟은 암봉을 하봉이라 칭했다. 가히 하봉 능선을 대표할 만큼 위엄 있는 암봉으로 장쾌한 조망이 압권이다. 그런대 요즘 이곳을 영랑대(해발1749m)라 부르는 사람이 많아지고, 대신 하봉은 능선상에서 가장 높은 암봉(1755m)을 하봉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하봉 능선을 대표하는 봉우리로서의 압도하는 맛이 없다. 소년대도 하봉과 영랑대 사이에 있는 암봉을 칭하기도 하고 영랑대에서 국골사거리 사이의 암봉을 지칭하는 사람도 있다. 고증을 거치고 중론을 모아 통일된 명칭 부여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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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동부 최고의 조망봉 ‘영랑대’


    영랑대, 소년대, 하봉을 차례로 돌아보고 중봉 방향으로 능선길을 걸어 하봉 헬기장(해발 1700m)에 도착한다. 헬기장 너머로 보이는 중봉 정상부는 구름 속에 가렸지만 중봉 북사면에는 단풍이 붉게 물들어 있다. 잠시 머물다가 조개골 방향으로 하산한다. 하봉샘을 지나고 사태지역을 횡단해 치밭목 삼거리에서 조개골로 내려선다. 4년 전 큰 폭우를 동반한 태풍 ‘무이파’의 영향으로 지리산의 많은 골이 피해를 입었는데 조개골도 그중 한 곳이다. 엄청난 사태가 발생해 계곡의 상당 부분이 황폐화됐다. 가슴 아픈 현장이지만 폭우 역시 자연현상의 일부로, 긴 세월과 더불어 조개골도 또 다른 모습으로 안정되고 변해 갈 것이다. 오후 4시 30분경, 철모삼거리를 거쳐 윗새재 마을에 도착(원점회귀)하며 8시간 30분간의 하봉 일대 지리산 가을마중을 겸한 탐방산행을 마무리한다.

    글·사진= 김윤관 기자 kimyk@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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