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6일 (금)
전체메뉴

[가고파] 은수저- 양영석 사회2부장

  • 기사입력 : 2015-11-30 07:00:00
  •   

  •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인간 등급표가 유행하고 있다. 부모가 가진 재산의 정도에 따라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로 나눈다고 한다. 개인의 능력에 상관없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에 따라 더 갖게 되는 불평등을 꼬집은 것이다. 수저론은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다’라는 영어식 표현에서 따왔는데 옛날 유럽 귀족들이 식사 때 은식기를 사용하고 갓난아기에게 어머니 대신 유모가 젖을 은수저로 먹이던 풍습에서 유래된 말이다.

    ▼이렇게 풍자적인 등급 분류를 하게 된 것은 88만원 세대, 3포·5포·7포세대 등으로 불리며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다수의 청년들이 노력해도 바뀌는 게 없다는 자조 끝에 만들어냈다고 한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날수록 고급교육을 받고 다양한 어학능력을 갖춰 취업까지 유리한 반면, 가정환경이 어려우면 아무리 열심히 공부를 한다고 해도 취직이 어렵고 또 학자금 대출 등으로 하루하루 빚만 늘어난다는 얘기다. 부모의 든든한 재력이 없으면 삶의 질을 보장받을 수 없는 시대라는 것에 젊은이들이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는 말이다.

    ▼‘수저계급론’이 젊은이들 사이에 급속히 퍼져 가면서 이것에 대해 부정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을 정도라는 것은 우리 사회의 소득불평등 문제가 사회 전체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계층 이동성이 사라지고 사실상 계급이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인식이 굳어진다면,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자기실현적인 성격이 있어서 꿈과 희망도 사라져 그 사회는 활력을 잃게 된다.

    ▼전래동화 ‘금도끼 은도끼’를 떠올려 보자. 나무꾼이 산에서 나무를 하다가 생명처럼 소중한 도끼를 연못에 빠뜨렸다. 나무꾼이 연못가에서 울고 있을 때 산신령이 나타나 금도끼와 은도끼를 차례로 꺼내며 ‘이 도끼가 네 것이냐’고 물었다. 착한 나무꾼은 자신의 도끼가 아니라고 한다. 정직함에 감탄한 산신령은 나무꾼의 도끼는 물론이고 금도끼와 은도끼도 줬다. 자신의 분수대로 성실하게 살면 잘살 수 있는 시대가 다시 올까.

    양영석 사회2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양영석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