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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1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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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역사문화 탐방 (13) 지리산 숨겨진 명소 ‘청학연못’

지리산 품속 작은 연못 … 신선이 노닐던 청학동일까

  • 기사입력 : 2016-02-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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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날부터 수많은 민초들이 지리산에 기대어 살아왔다. 지리산은 나라의 흥망과 세월의 부침 속에 피난처나 도피처가 되기도 하며, 너른 품만큼이나 삶의 흔적들이 지리산 곳곳에 무수히 남아있다. 탐방팀은 그런 흔적을 찾아 떠나본다. 이번 탐방지는 세석평원 아래에 자리 잡은 청학연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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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눈이 덮인 채 꽁꽁 얼어 있는 청학연못과 그 너머로 보이는 남부능선.

    청학연못은 조그마한 산중호수이다. 인공적으로 조성된 것으로 보이나 언제 조성됐는지 알 수 없는 지리산 비처 중 한 곳이다. 지리산의 숨겨진 명소답게 찾아가는 길도 만만찮다. 접근로는 거림골이나 도장골, 또는 세석대피소 아래에서 횡으로 접근하거나 촛대봉에서 촛대남릉을 타고 내려서며 접근할 수 있다. 이번 탐방루트는 거림을 출발해 세석대피소를 돌아 촛대봉에 오른 후, 촛대남릉을 타고 내려서며 청학연못을 탐방하는 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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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림골… 빙폭 사이로 흐르는 청아한 물소리

    청빙과 청아한 물소리 가득한 거림골

    탐방팀은 지리산의 비처, 겨울 청학연못을 찾아 거림골을 오른다. 거림에서 세석대피소까지는 6㎞, 언제나 청류 넘쳐흐르며 산객을 반기는 거림골이다. 한겨울 청빙과 빙폭을 타고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는 변함없이 우렁차고 청아하다. 일상에 찌든 산객의 심신을 일순 맑게 일깨운다. 거림골 등산로는 지리산 주능선에 이르는 여러 등산로 중 가장 편안한 등산로에 속한다. 초반 등로는 계곡 우측으로 완만하게 쭉 이어진다. 거림골은 남부능선과 촛대봉능선 사이의 계곡으로 세석평원에서 발원돼 흐르다가 거림마을 바로 위에서 도장골이 합수되고, 그 아래에서 갓걸이골과 청래골이 합수돼 내대의 지리산 양수발전소 하부댐으로 흘러든다.

    탐방팀은 천팔교를 지나고 북해도교를 지난다. 천팔교는 해발 1008m 부근에 위치해 그렇게 부른다. 북해도교는 한겨울 이 부근의 날씨가 북해도 마냥 춥다는 의미에서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북해도교를 지나며 계곡 옆으로 이어지던 등산로도 능선으로 치달아 오르고 계곡도 분기된다. 좌측 계곡은 거림골 본류인 음양수 골이고, 우측은 북해도 골이다. 북해도교를 건너 가파른 능선길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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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석평원… 눈 앞에 펼쳐지는 광활한 고원

    남녘의 개마고원, 광활한 세석평원

    탐방팀은 무명교를 지나고 남부능선 조망대에 올라 영신봉에서 삼신봉으로 시원하게 뻗은 남부능선을 조망하며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길을 이어간다. 이내 세석교를 지나고 세석대피소에 도착한다. 거림을 출발한 지 3시간 만이다. 지리산 최고 요충지 세석, 이곳은 언제나 붐빈다. 주능길을 걷거나 한신계곡, 거림골, 남부능선을 오가는 산객들이 모두 이곳을 거쳐 간다. 탐방팀도 잠시 휴식을 취했다가 대피소에서 0.7㎞ 거리의 촛대봉으로 향한다. 쉬엄쉬엄 오르는 촛대봉 길, 우측으로 세석평원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예전에는 잔돌고원으로도 불리며, 한때 철쭉제가 매년 열리기도 했다. 철쭉제가 열릴 때면 영신봉, 촛대봉 양사면에 울긋불긋 텐트가 가득했다. 그 당시 세석평원은 우리나라 최대의 산악야영장이었다. 그런 낭만도 아련한 추억이 됐다. 야영이 금지된 지 오래며 식생복원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돼 이제 완성단계에 있다. 복원된 숲과 습지는 동식물의 서식지가 됐고, 봄이면 꽃황새냉이, 왜갓냉이, 동의나물, 곰취 등 많은 습지식물 꽃들이 화려하게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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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대봉… 사방이 탁 트인 장쾌한 조망

    촛대봉의 장쾌한 조망, 주능선을 한눈에

    촛대봉에 올라선다. 해발 1703m의 촛대봉, 사방조망이 아주 좋다. 동서로 길게 뻗은 주능선, 동쪽의 천왕봉에서 서쪽의 노고단까지 25.5㎞의 광활한 주능선이 앞뒤로 조망된다. 발아래 펼쳐지는 세석평원, 촛대봉과 영신봉 사이 남사면에 1만1100㎡의 평원이 펼쳐져 있다. 해발 1400~1700m 사이의 고지대에 광활하게 형성된 특유의 산악평원으로 남녘의 개마고원으로 불리기도 한다.

    일망무제, 촛대봉의 장쾌한 조망을 한동안 즐기다가 촛대봉을 내려서서 촛대남릉을 타고 시루봉 방향으로 향한다. 세석평원 동쪽 가장자리를 타고 걷는 암릉길, 좌측으로 도장골 상부 지계곡인 촛대봉 골이 바라보이고 우측으로는 세석평원이 펼쳐져 있다. 멀리 평원이 끝닿은 곳, 반대편의 서쪽 가장자리에는 영신봉에서 비롯된 남부능선이 창불대를 지나 남쪽으로 삼신봉까지 일직선으로 뻗어 있다. 그 뒤로 반야봉이 우뚝하게 조망되고 노고단에서 남으로 뻗은 왕시루봉 능선이 구름 위로 살짝 보인다. 가슴 뚫리는 시원한 조망, 일대장관이다. 20여 분 내려서면 시루봉 가기 전, 우측으로 희미한 갈림길이 보인다. 이곳이 청학연못 들머리다. 우측으로 샛길을 따라 10여 분 내려서서 청학연못에 도착한다.

    지리산 최고의 길지, 청학연못

    큰 너럭바위 아래 자리 잡은 작은 못, 지리산 신비지처 중 하나인 청학연못이다. 제법 널찍한 타원형으로 흰 눈을 덮고 꽁꽁 얼어 있다. 지리산 심처 해발 1540m의 고지에 물을 담은 작은 호수가 있으니 신비할 따름이다. 여름이면 푸른 숲에 둘러싸여 싱그러움을 더하고, 가을이면 단풍이 수면에 투영돼 더욱 아름다운 연못이 된다. 겨울이면 하얀 눈을 덮고 꽁꽁 얼어붙어 서늘한 냉기를 풍기며 색다른 분위기를 선사한다.

    신비한 청학연못, 이름도 예사롭지 않다. 상상속의 길조인 ‘청학’은 신선이 타고 다닌 전설의 새다. 선인들은 맑은 물이 끊임없이 샘솟는 이곳에 작은 못을 조성하고 ‘청학’이란 이름을 붙였다. 청학연못은 사시사철 일정한 수량을 유지하며 세석평원의 오아시스이자 허파 같은 역할을 한다. 인공의 흔적이 남아 있는 청학연못, 언제 축조됐는지 알 수 없지만 이 주변에 터전을 잡고 살았던 선인들이 만들었을 것이다. 주변에는 집터 흔적도 남아 있다. 우거진 숲과 사시사철 맑은 물이 흐르고 완만하고 넓은 땅이 있는 이곳, 충분히 살 만한 곳이다. 이 주변이 지리산 이상향 청학동일까. 지리산 어디엔가 있다는 청학동을 찾아 많은 선인들이 나섰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청학과 신선이 노니는 청학동을 어찌 인간의 마음과 눈으로 찾을 수 있겠는가.

    청학연못을 한 바퀴 돌아보고 너럭바위 위로 올라본다. 촛대봉과 마찬가지로 남부능선 조망이 좋다. 멀리 삼신봉과 그 뒤로 하동 형제봉, 광양 백운산까지 조망된다. 발아래 청학연못이 그림처럼 자리하고 있고 뒤에는 세석평원, 좌우로 촛대남릉과 남부능선이 흐르고 있다. 자연이 주는 감동이 절로 느껴지는 이곳, 지리산 최고의 조망대이고 명당 중 명당이 아닐까 싶다.

    좋은 기운을 맘껏 느끼다가 아쉬운 발걸음을 돌린다. 절진 속에 모습을 감춘 채 오랫동안 베일에 가려 있던 청학연못, 근래에 천왕할미의 진법효력이 약해지며 결계가 풀려 세상 밖으로 알려졌고, 이제는 많은 산객이 찾는 명소가 됐다. 하지만 청학연못 인근에 있을지도 모를 지리산 이상향 청학동은 인간이 파훼할 수 없는 절진 속에 감춰진 채 영원히 발견되지 않고, 늘 우리 마음속 동경의 대상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김윤관 기자 kimyk@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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