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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02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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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역사문화 탐방 (14) 한신지곡 빙폭(氷瀑) 탐방

병풍처럼 펼쳐진 거대한 빙폭, 이것이 비경이구나
눈 내린 후 한파 몰아친 지리산

  • 기사입력 : 2016-03-01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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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년에 비해 포근했던 올겨울이지만 며칠간 강한 한파가 몰아쳤다.
     
    설악산은 체감온도 영하 40도까지 떨어지기도 했고, 여타 지역에도 연일 두 자릿수, 영하의 기온을 기록했다. 지리산도 강추위로 꽁꽁 얼어 붙었다.
     
    눈이 자주 내릴 때는 능선의 설화와 상고대가 멋지지만 한파가 지속적으로 몰아칠 때면 깊은 계곡의 청빙이 환상적이다.
     
    특히 지리산 심산유곡의 청빙은 더욱 영롱한 빛을 발하며 비경을 연출한다. 이번 강추위에 지리산 계곡에도 청빙이 제대로 형성되었을까.
     
    탐방팀은 한겨울의 진객, 지리산 깊은 골의 청빙을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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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한신지곡을 대표하는 천령폭포. 겨울이면 청빙을 둘러친 거대한 빙폭으로 변해 아름다움을 뽐낸다.

    한신지곡의 영롱한 청빙

    이번 탐방지는 빙폭의 진수를 보여주는 지리산 한신지곡이다. 한신지곡은 수많은 폭포와 소, 담을 갖추고 있어 여름은 물론, 한겨울 빙폭 탐방도 아주 매력적인 곳으로 한신계곡과 함께 백무동계곡의 상류를 형성하고 있다. 칠선계곡, 뱀사골계곡과 더불어 지리산을 대표하는 계곡인 한신계곡, 특히 제석봉과 연하봉 사이 장터목에서 발원한 한신지곡은 지리산의 수많은 계곡 중 가장 역동성과 계곡미가 빼어난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한발 한걸음이 절경인 곳이다.

    탐방팀은 지리산 북사면의 산행 기점, 함양 마천의 백무동 주차장을 출발해 백무골을 오른다. 최근 한파로 싸늘한 냉기를 뿜어내는 백무동계곡은 한신계곡과 한신지곡, 큰새골, 작은새골 등 큰 지계곡을 거느리고 있어 언제나 수량이 풍부한 곳이다. 또한 경사도의 완급이 적당해 대폭과 소, 담이 잘 형성돼 있다.

    백무동의 유래는 100여명의 무당이 이 골짜기에 기거한다고 해 그렇게 불렸다고 하는데, 청류를 품은 절경만큼 공을 빌던 무속인들도 많았던 모양이다. 지리산에는 골짝마다 무속인들이 많았고 특히 이곳 백무골이 그 중심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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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신계곡 초입에 있는 가내소폭포. 꽁꽁 얼어붙었다.


    국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한신계곡

    백무골을 40여분 걸어올라 탐방객을 첫 맞이한다는 의미를 지닌 첫나들이폭포를 지나며 본격적인 계곡탐방이 시작된다. 곧이어 청빙으로 변한 바람폭포도 지난다.

    온통 얼어붙은 계곡길을 1시간가량 걸어올라, 초입에서 2.7km 거리에 위치한 한신계곡과 한신지곡 합수부에 도착한다. 우측 골이 한신계곡이고 좌측 골이 오늘 탐방할 한신지곡이다. 탐방팀은 합수부 바로 위의 한신계곡 초입에 위치한 가내소폭포에 들렀다 가기로 한다.

    짙은 원시림 속에 한기를 머금은 듯 검푸른 소가 일품인 가내소폭포, 오늘은 빙폭으로 변해 있다. 한여름에도 폭포 앞에 서면 등허리에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곳이다. 이런 연유에서 비롯됐을까. 한신계곡은 ‘한여름에도 몸에 한기를 느끼는 깊은 계곡’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물살이 드세고 웅장한 계곡미를 자랑하는 한신골, 세석으로 이어지는 주곡보다는 장터목으로 이어지는 지곡의 경관이 더욱 빼어나다. 절대 경관을 자랑하는 한신골 일대는 경승지로 인정받아 2010년도에 우리나라 국가문화유산 명승 제72호로 지정되었다.

    빙폭으로 변한 가내소폭포를 둘러보고 한신지곡으로 진입한다. 서늘하고 청량한 냉기가 골 가득 풍겨난다. 언제나 많은 폭포들로 왁자지껄 요란한 계곡이지만 한겨울 한파의 위세에 눌려 계곡이 잠시 숨을 죽이고 있다. 하지만 강한 한파와 빙폭도 그들을 막지 못한다. 그 속으로 끊임없이 청류가 소리 죽여 흐르고 있다. 얼어붙은 계곡을 직등한다. 빙폭이 줄줄이 나타난다. 초입의 구선폭포도 하얀 포말 대신 빙폭으로 반기고 조금 위의 무명폭도 숨구멍만 조금 남긴 채 온통 빙판을 이루고 있다.

    가내소폭포에서 한시간가량 한신지곡을 오르면 제법 큰 규모의 팔팔폭포에 이른다. 아름다운 빙폭이다. 청류가 청빙 속으로 쏟아져 내리고 있다. 잠시 폭포를 감상하고 점점 한신지곡 심처로 진입한다.

    며칠간의 강추위로 역동적인 계곡을 튼튼하게 얼리기에는 역부족이다. 강력한 에너지를 지닌 한신지곡을 제대로 얼리려면 아마도 한 달쯤은 한파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얼음 두께가 얇다. 곳곳에 숨구멍이 도사리고 있어 까딱 잘못하면 그냥 허방에 빠진다. 빙판 위는 눈이 덮고 있어 분간이 되지 않는다. 빙판 위를 가로질러 다니다가 얼음이 깨지기도 한다. 아슬아슬한 고비를 몇 번씩 경험하지만 다행히 계곡물에 온전히 빠지지는 않아 마른 발을 끝까지 잘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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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신지곡 좌골 초입의 내림폭포. 천령폭포만큼 거폭이다.


    청빙을 두른 거대한 빙폭, 천령폭포

    백무동을 출발한 지 3시간 30분 만에 맞이하는 거대한 빙폭, 한신지곡을 대표하는 천령폭포가 병풍처럼 계곡을 가로막고 있다. 여름이면 하얀 포말 시원하게 쏟아내며 온 계곡을 우렁차게 울리는 낙차 큰 대폭이 되고, 겨울이면 청빙을 둘러친 거대한 빙폭으로 변해 영롱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올겨울 포근한 기온 탓으로 빙폭의 부피가 부족하긴 하지만 그래도 장관이다.

    이전에는 이름이 ‘무명폭포’였는데 지금은 ‘천령폭포’라 부르고 있다. ‘천령’은 통일신라 때 함양의 옛 이름이며 이곳은 행정구역상 함양군 마천면 강청리에 속한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이 폭포이름을 선점했고 이제는 천령폭포가 공식명칭이 됐다.

    천령빙폭을 감상하며 잠시 쉬어간다. 거대한 빙폭 앞, 금방 한기가 들어 오래 있지 못하고 잠시의 대면을 뒤로하고 출발이다. 계곡의 바위와 조각돌을 징검다리 삼고, 빙판이 깨질세라 조심조심 가로지르기도 하며 계곡을 오른다. 통암반 와폭 옆에는 긴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렸다. 한 가닥 떼어내어 보니, 햇살에 반사돼 눈부신 창으로 변신한다.

    천령폭포에서 1시간가량 오르면 한신지곡이 좌골과 우골로 분기된다. 좌골은 장터목, 우골은 연하봉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탐방팀은 좌골로 향한다. 잠시 후 좌골 초입에 위치한 또 하나의 거폭, 내림폭포에 도착한다. 천령폭포과 더불어 한신지곡을 대표하는 내림폭포, 온통 얼어붙었다. 거대한 통암반을 타고 내리는 와폭이 엄청난 규모의 빙벽을 형성하고 있다. 잠시 내림폭포를 아래서 감상하고, 폭포 우측 기슭을 올라 폭포상단으로 진입한다. 아찔한 경관의 엄청난 위용, 위에서 내려다보는 폭포 조망도 멋지다. 탐방팀은 내림폭포를 돌아보고 한신지곡 최상부로 접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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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신지곡 깊은 곳의 팔팔폭포. 완전히 얼지 않았다.


    한신지곡의 조망대, 장군바위

    내림폭포에서 계곡을 타고 오르길 50여 분, 계곡을 가득 채우는 엄청난 규모의 거석이 시야를 가린다. 거대한 독립 암반, 이름하여 장군대다. 전장의 대장군처럼 엄청난 위용으로 버티고 섰다. 옆으로 우회하다가 장군대 우측, 청빙으로 변한 함양폭포를 감상하고 장군대에 올라선다. 백무동계곡에 든 지 5시간 만이다. 한신지곡 상단부에 위치한 장군대, 널찍한 통암반이 멋진 곳이다.

    눈 쌓인 장군대에는 오늘따라 냉기 품은 골바람이 강하게 몰아친다. 장군대는 한신지곡의 유일한 조망바위다. 저 멀리 계곡 밖으로 오공능선과 삼정능선, 서북능선이 조망된다. 발아래는 힘들었지만 꿈속을 거닐 듯 청빙으로 영롱하게 빛났던 한신지곡이 펼쳐져 있다. 지리산은 너른 자락만큼이나 비경이 끝이 없다. 한신지곡도 그중 하나, 이러한 절경을 품은 지리산이 언제나 변함없이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이다. 장군대에서 한동안 머물다가 장터목을 돌아 참샘, 하동바위코스로 하산해 한신지곡 빙폭 탐방산행을 마무리한다.

    글·사진= 김윤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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