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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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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경남 1% 기적 (1) 자폐성 장애1급 이서진군

세상과 담 쌓은 엄마·아빠…7년간 집안에서만 지내
우울증 엄마·대인기피증 아빠, 부모 모두 사회생활 불가능

  • 기사입력 : 2016-03-13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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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1%, 가정의 1%, 기업의 1%”. 경남신문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남지역본부와 함께 2016년 ‘경남 1% 기적’ 캠페인을 시작한다.

    ‘경남 1% 기적’은 도움이 필요한 어려운 이웃의 사연을 소개하고 나눔에 동참하고자 하는 이들을 연결시켜주는 소통 사업으로 나눔 문화를 정착시키 위해 마련됐다. 경남도민 340만명 중 1%가 나눔에 참여하는 그날까지, 1%가 100%를 채우는 기적의 탑을 올리는 날까지 지원에 나선다.

    올해 경남 1% 기적의 첫 주인공은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고 있는 함안군 이서진(가명·8)군과 가족이다.

    자폐성 장애 1급인 서진이는 태어난 후 7년 동안 집 밖에 나가지 못했다. 서진이의 장애도 문제지만 그의 부모가 마음의 문을 닫고 사회활동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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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진 군이 집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우울증에 8년째 집 밖을 나가지 않는 어머니= 세 식구가 누우면 꽉 차는 3평 남짓한 좁은 방. 금방 흘러내릴 것 같은 낡은 벽에는 곰팡이가 득실댔다.

    고장난 보일러 대신 전기장판에 의존하고 있다. 따뜻한 물이 안 나와 커피포트로 물을 데워 몸을 씻는 열악한 환경이다.

    서진이의 부모는 세상과 단절한 채 살아가는 소위 ‘은둔형 외톨이’다. 특히 어머니 박희선(가명·26)씨는 서진이를 낳고 우울증 때문에 8년째 방 안에서만 생활하고 있다.

    박씨는 어려서 어머니에게 버림받아 조부모 손에 자랐다. 할아버지의 폭행을 참지 못하고 고등학교 2학년 때 가출해 남편인 이수영(가명·34)씨를 만나 서진이를 낳았다.

    “어머님, 한 번 일어나서 서진이 좀 봐주세요.”

    사회복지사의 간곡한 부탁에도 박씨는 이불 속에서 꿈쩍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녀는 타인뿐만 아니라 가족과도 대화를 거의 나누지 않는다. 출산 후 우울증이 더욱 심해져 가사, 양육활동도 기대할 수 없었다.

    남편 이씨와 사회복지사가 우울증 치료를 위해 도움을 주려고 하지만 거부가 심해 별다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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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곰팡이가 핀 좁은 단칸방에서 아버지 이수영 씨가 아들 서진 군의 옷을 입혀주고 있다.


    ◆대인기피증에 사회생활 어려워하는 아버지= 서진의 아버지 이수영씨도 외부인과 대화를 꺼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낯선 사람을 보면 몸을 심하게 떠는 이씨는 타인과 관계를 맺는 것에 굉장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필품을 구입할 때에도 사람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한밤중에 가게를 찾아갈 정도다.

    사실 그도 아내와 마찬가지로 아픈 가정사를 가슴에 품고 있다.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와 정신질환을 앓았던 어머니 사이에서 자라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았다.

    한때는 직업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창원의 한 공단에서 2년간 일을 하기도 했지만, 어머니가 진 빚과 대인기피증으로 일을 오래할 수 없었다. 결국 고향인 함안으로 내려와 은둔 생활을 택했다.

    이씨는 집에서 인터넷 게임을 하며 돈을 벌고 있다. 항상 누워있는 아내와 서진이를 돌봐야 하는 데다 생계를 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남들은 여가를 즐기기 위해서 게임을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하루 3시간만 자면서 게임을 하고 아이템을 팔아 돈을 번다.”

    그가 한 달 동안 버는 돈은 70만원 남짓. 이 돈으로 세 식구가 근근이 삶을 이어 나간다. 이씨는 타인과 관계 맺기를 힘들어해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신청도 거부하고 있다.

    ◆조금씩 밝아지는 서진이의 미래를 위해= 이런 사정으로 서진이는 태어난 후 7년간 집 밖에 나가지 못했다.

    사회복지사가 처음 만난 서진이는 영양상태가 좋지 않아 또래보다 왜소하고 이발도 한 번 하지 않아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긴 모습이었다. 실내 생활만 한 탓에 다리에 힘이 없어 잘 걷지도 못했다.

    하지만 얼마 전 어린이집에 나가기 시작하면서 말도 하고 표정도 밝아지는 등 서진군의 상태는 차츰 나아지고 있다.

    서진이 아버지는 “번 돈의 대부분을 서진이를 위해 쓰고 있지만, 부족한 것이 너무 많다. 나 같은 아버지를 둬서 서진이가 힘들게 지내고 있는 것 같아서 너무 미안하다. 부디 도움을 받아 서진이가 나와 같은 삶을 살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 고휘훈 기자

    ※후원 문의 :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남지역본부 ☎ 055-237-9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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