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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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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오늘, 억수가 쏟아져도 모두 투표소에 가자- 명형대(경남대 명예교수)

  • 기사입력 : 2016-04-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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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TV에서 스웨덴 국회의원들의 생활상이 소개됐다. 국회 상임위원장의 입술이 부르터 있는 모습을 보았다. 국정 업무 때문이리라. 그를 보기 얼마 전이었던가. 우리들의 국회의원도 여야 할 것 없이 입술이 부르터서 동분서주하는 것을 보았다. 입술이 부르터서! 이 얼마나 아이러니인가. 한쪽은 나랏일에 부대껴 몸이 상할 정도이고, 한쪽은 국회 자리다툼에 몸이 상해 입을 퉁나팔같이 하고 있으니.

    오늘도 북에는 6만명의 국군포로가 억류돼 있고, 70여년이나 지옥 같은 나날을 살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가 백탄이 된 가슴으로 살고 있는데. 나라 빚이 몇 년 새 눈덩이처럼 불어나 1284조원이나 되는데, 엊그제 중국의 북한 식당 종업원이 대거 탈북하고 있는 판에 좌파 친북주의자가 선거에 나서고, 중앙정부도 지방정부도 빚으로 소위 문화 콘텐츠란 것 마련과 장밋빛 복지를 공약으로 남발하고 있다. 향후 5년 이내에 인공지능(AI) 중심의 산업화는 700만개의 일자리가 기계로 대체된다고들 우려하고 있는데, 우리 정치인들은 무슨 논리로 수십만의 일자리 창출을 저처럼 손쉽게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되고 싶어 권력자 앞에 줄을 서서 온갖 질시와 수모를 받으면서 만신창이가 되면서도, 정작 그가 섬기고 헌신해야 할 유권자는 놔두고, 그가 죽으라면 죽는 시늉을 내고 그의 종이 되고 노예가 된다. 그래서 당선이 되면 국회 업무는 뒷전에 두고 그동안 품은 원한을 앙갚음을 하는 것일까. 줄 타는 망나니처럼 칼을 휘두르는 것일까.

    바른 정책을 제시해 바른 자세로 떳떳하게 선거에 임하지 않고, 대로에서 길 가는 사람들에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는 정신 나간 후보자들이 있기에 투표는 더욱 바르게 해야 할 것이다. 허언으로 일삼아 왔던 공약이었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수백 가지 국회의원의 특권을 확실히 내려놓게 할 후보를 살펴야 한다. 저 스웨덴의 의원들은 아니어도 한 번쯤은 나라를 위한 충정으로, 때로는 유권자들에게 희생을 역설하는 기백을 가진 이를 찾아야 된다.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랏일로 입술이 부르트는 일꾼은 어디 없을까.

    이 땅에서 국회에 대한 우리들의 기대는 언제쯤에나 이뤄질 수 있을까. 국회의원들의 수준은 그 국민들의 수준과 같다는 말이 있다. 저들에 대한 기대가 간절하면 할수록 유권자로서의 내가 바로 서지 않으면 안 된다. 내가 참다운 소망을 가진 진정한 유권자가 되려면, 비판의 화살을 밖으로만 겨냥할 것이 아니라 안으로, 나 자신에게도 겨냥할 수 있을 때에 그때에 비로소 그들은 우리들과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 바른 정치에 대한 소망이 절절하다면, 이번에는 그래도 보다 나은 의원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포기하지 않고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관심으로 이 난장판을 극복해야 한다. 나부터가 진정성을 가지고 더 이상의 혈연과 지연과 학연의 유혹을 이제는 뿌리쳐야 한다.

    우리의 간절한 희망이 이뤄지기 위한 민주주의 선거 제도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국회에서 자기들의 위상을 결정할 수 있으니 도둑에게 곳간 열쇠를 맡긴 셈이다. 그러나 어찌하랴. 그들의 특권은 그들을 통해서만이 변화되는 민주 대의정치이니. 그러니 이번에는 눈을 부릅뜨고 가려낼밖에. 그리고 동시에 20대 국회 회기 동안 천만 서명 운동을 벌여서 우리들 스스로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입법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여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도록 하자.

    오늘은 모두 일찍 집을 나서자. 어떤 유혹에도 휩쓸리지 말고 이 혼탁한 세상에서 소명의식으로 기쁨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일할 사람을, 그래도 마지막 한 사람의 의인을 찾기 위한 일념으로, 음모와 협잡의 저 가증스런 얼굴을 가려내고, 그래도 정직한 한 사람, 한 사람을 찾아내자.

    명형대 (경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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