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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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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누가 이 땅에 살 것인가?- 배종일(대신회계법인 공인회계사)

  • 기사입력 : 2016-05-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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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사람이 없는 세상을 상상이나 해 볼 수 있을까? 물론 지구의 역사에서 사람이 등장한 시간은 극히 짧다. 그러나 사람이 살지 않았던 지구는 사람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다. 지적호기심을 유발하는 대상은 될지언정 실제로 살아보지 못했으니 그냥 이야기 속의 세계로 남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가 그냥 이야기 속의 나라로 남게 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이라는 영토 안에 사람이 살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역사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 한민족이 한반도에서 사라지고 또 다른 이민족이 한반도에 들어와서 살게 된다면 우리 민족만 역사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냥 웃자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출산율을 보면 미래 어느 시점에서 우리 한민족은 정말로 지구에서 얼마 안 되는 숫자만 남게 될 것이고 민족을 유지할 수 없게 되는 순간이 올 것이다.

    2015년 기준으로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1.25명이다. 이는 100쌍의 부부가 125명의 아기를 출산한다는 것이다. 합계출산율 산정기간이 35년이니까 35년이 지날수록 200명이 125명이 된다는 것이다. 수학적으로 계산하면 대략 300년 정도 지나면 인구의 4%만 남게 된다. 지금 우리나라 인구 5000만명을 기준으로 보면 2315년쯤에는 200만명이 된다는 것이다.

    광역시 하나 정도의 인구만 남게 될 텐데 이러한 인구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으니 자연스럽게 주변국가에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 아니면 도시국가 형태로 살아남든지. 이러한 출산율은 지구상에 있는 나라들 중에서 220등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보다 출산율이 낮은 나라는 홍콩, 타이완, 마카오, 싱가포르 네 나라뿐이다. 타이완을 빼면 전부 도시국가다.

    대한민국의 출산율이 낮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자녀를 낳고 키우는 데 너무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형식적인 삶의 수준은 높아지지만 실질적인 삶의 만족도는 낮아지는 경우도 많이 있다. 우리 경제가 발전할수록 부부 중 한 사람의 외벌이만으로는 살기가 힘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부부의 맞벌이가 많아지고 더불어 남녀의 사회활동에 따른 차별이 없어지므로 이 또한 맞벌이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처럼 부부가 경제활동을 함께하게 되면 자녀의 양육을 다른 사람 손에 맡길 수밖에 없는데, 과거에는 가족들이 이러한 양육의 역할을 분담했다. 그렇지만 오늘날과 같은 핵가족 사회에서는 가족의 힘을 빌려 자녀를 양육할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자녀양육을 위해서는 외부 양육전문기관에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이는 가족의 가처분소득을 감소시키게 되니 출산을 꺼리게 되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 이는 바꿔 말하면 자녀양육에 많은 비용이 들지 않거나 아예 돈이 들지 않는다면 출산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구가 감소하면 국력이 약해지고 국가의 존립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양육에 따른 비용은 국가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비용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우선돼야 한다. 자녀의 양육은 단지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국가가 예산을 적극적으로 투입해 공공육아시설을 많이 만들고 육아를 전담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키워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녀를 낳고 키워본 경험이 풍부한 노인 여성인력을 활용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

    대한민국의 올해 예산이 대략 380조원을 조금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중 상당 금액은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라고 해서 길을 만들고 바다를 메우는 데 사용된다. 좁은 땅에 토목공사한다고 많은 돈 쓰지 말고 출산율 증대를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엄청난 예산을 사용해도 결코 빠르지 않다. 도로는 세계 제일인데 그 도로를 이용하는 국민이 없다면?

    배종일 (대신회계법인 공인회계사)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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