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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교장을 완전공모제와 보직제로- 황선준(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

  • 기사입력 : 2016-09-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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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계는 약 600만 초·중·고 학생들과 43만여 교원들이 1만1000여 학교에 속하는 거대한 공룡조직이다. 이런 거대조직을 시대의 요구나 자라나는 아이들의 필요에 맞게 혁신하는 것은 쉽지 않다. 19세기 학교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교육도 부단히 혁신해야 한다. 주입식, 암기식 교육에서 탈피해 비판적 사고를 지닌 창의력 있는 주체적 아이로 길러내야 한다. 그러나 이런 거대조직을 위에서 아래로의 지시나 지침으로 혁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학교단위에서의 교육자치’를 통해 혁신하는 것이 옳다. 학교단위에서의 교육자치가 기대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좋은 교장’을 선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교장이 학교문화, 학교 민주주의, 교육목표 달성 등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이다.

    교사시절부터 오랫동안 관리해온 승진점수를 기반으로 유지되는 현재의 교장승진제도는 좋은 교장을 선발하는 데 문제가 많다. 경력, 근무성적, 연수성적, 그 외 가산점 제도에 의해 부여된 점수는 실제 교장으로서의 지도력, 역량 및 자질과 큰 관계가 없다. 좋은 승진점수를 받기 위해 동료교사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관리자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현재의 제도는 교육이 보수화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뿐만 아니라 교직경력 말년에 교장이 됨으로써 혁신에 대한 열망이 떨어지고 무사안일과 보신주의에 빠지기 쉬운 것도 사실이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2007년부터 승진제도와 병행해 교육계 외부인사에게 개방하는 개방형, 교장자격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하는 초빙형 그리고 15년 이상의 교직 경력만 있으면 지원할 수 있는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도입했다. 도입 당시 전체 공모제 교장 중 내부형 공모교장이 69%, 초빙형이 22%였는데 반해 4년 후엔 내부형이 11%, 초빙형이 82%로 교장자격증 소지자가 대부분 공모제 교장이 되어 껍데기만 남은 교장공모제가 됐고 평교사가 교장이 되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교장공모제에 대한 대부분의 연구는 공모제 교장이 임명제 교장보다 직무수행력이 높고, 공모제 교장 중 평교사 출신의 내부형 공모교장의 직무수행 만족도가 개방형이나 초빙형보다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교육혁신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더욱 절실한 오늘 이제 교장을 낡은 승진 및 임명제도가 아닌 ‘보직제도’로 전환하고 ‘완전공모제’를 통해 선발해야 한다. ‘보직제도’란 일정기간 교장직을 수행하고 그 기간이 끝나면 평교사로 돌아가거나 다른 학교의 교장으로 갈 수 있는 것을 말하고, ‘완전공모제’는 모든 교장은 공모를 통해 선발하고 누구든 전국 어디에서든 구비조건만 갖추면 응모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임기와 연임 규정을 둘 수 있다.

    좋은 교장이 겸비해야 될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조건과 역량은 다음과 같이 3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는 최소 10년 이상의 교직경력이다. 어렵고 복잡한 교육과 학교문화를 교직경력 없는 사람에게 맡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 10년 동안의 교직경력은 그동안 많은 시련과 좌절을 겪으며 교육혁신에 대한 통찰력과 의지가 솟을 기간이다. 둘째 투철한 공교육 철학을 지녀야 한다. 공교육은 사교육과 달리 모든 학생을 위한 교육이다. 또 아이들은 부모를 선택할 수 없기 때문에 공교육은 아이들의 부모 배경과 관계없이 계층이동(social mobility)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 셋째 민주주의적 리더십과 동시에 추진력을 겸비해야 한다. 학교에서의 권위주의를 극복하고 아이들에게 민주주의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실질적 체험을 제공해 민주시민으로 길러내야 한다. 당연히 교사들의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민주적 학교운영과 혁신을 위한 추진력도 갖춰야 한다. 교장을 완전공모제에 의한 보직제도로 전환할 때 뜻있는 젊은 교육자가 교장이 돼 우리 교육을 현장에서부터 혁신하고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 수 있다.

    황선준 (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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