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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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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우리 조직, 우리 경남, 우리나라 그리고 세계- 이정환(재료연구소 부소장)

  • 기사입력 : 2016-09-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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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젠 시스템적으로 이해하자. 이익을 만들어내기 위한 회사, 특정한 이해관계로 결성된 조직, 개인적인 꿈을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개인에 관계없이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시스템적으로 일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사전적인 의미로 시스템은 일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질서가 잡힌 요소의 모임 혹은 여러 요소가 합리적으로 연계 동작해 문제 처리를 실행하는 수단과 규칙으로 정의된다. 19세기의 프랑스 물리학자 니콜라스 카르노는 증기기관에 열이 투입되면 물은 에너지 크기에 따라 물과 증기 상태로 변화하면서 유용한 일을 얻을 수 있다고 증기기관을 시스템적으로 설명했다.

    공학에서는 시스템을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따라 특정한 사안이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공해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됨에 따라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차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들도 친환경적인 상품에 더 관심을 보이기 때문에 기업들도 이익을 높이려고 친환경적인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이 광고하는 친환경의 의미는 시스템의 범위를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따라 많이 달라질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올해 폭스바겐이 연비와 배기가스와 관련된 문제가 불거짐에 따라 불과 몇 년 전에 친환경 차량으로 각광을 받기 시작한 디젤엔진은 순식간에 몰락하기 시작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전기 자동차는 공해물질 배출을 절감하는 친환경 차량의 대명사로 시장 점유율을 급속하게 높이고 있다. 한 대의 차량이 배출하는 공해물질을 기준으로 삼으면 분명히 디젤 차량에 비해 전기차가 친환경적임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관점을 조금 넓혀서 1㎞를 이동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어낼 때 발생하는 공해물질과 효율을 계산해 보면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에 비해 월등히 우수하다고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전기차를 움직이는 동력인 전기의 65%를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나머지는 원자력이 31%를 감당하고 있으며 신재생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불과 수%밖에 되지 않는다. 생산된 전기를 소비자가 사용하기 위해 송전하는 과정의 손실까지 고려한다면 어떤 차량이 더 친환경적인지는 헷갈릴 수밖에 없다.

    시스템을 우리나라 밖으로 돌려보면 친환경 차량의 의미는 또 달라질 수 있다.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은 신재생에너지에 투자를 꾸준히 하고 있고, 이미 영국에서는 수백만 가구가 사용하는 전기를 풍력에너지로 감당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텍사스주나 로키 산맥에 인접한 지역에서는 야간 시간에 전기 요금이 공짜다. 이런 지역에서는 전기차가 확실히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서 친환경적인 차량이 될 수가 있다.

    올해 들어서는 우울한 경제 상황에 대한 소식이 매달 새로운 문제를 가지고 등장하고 있다. 과연 지난 시간 동안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누구에게 책임을 지라고 질책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올해는 지난해에 비하면 훨씬 힘들다고 느낄 만큼 일을 더 열심히 하는데도 불구하고 몸 담고 있는 연구소나 국가적으로는 나아지기보다는 어려움이 심해지는 것 같다. 과연 문제가 어디서부터 시작했을까 생각하다 보면 나 스스로부터 고려하는 범위가, 그러니까 시스템의 크기가 개인 혹은 속한 조직의 이익만을 쫓아다니는 데 열심이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이 든다.

    시스템적으로 일한다는 것은 우선 우리가 가진 목표가 과연 어떤 시스템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개인의 이익보다는 큰 조직, 국가, 세계로 생각하는 시스템을 넓혀 생각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고려하는 시스템이 작아질수록 효율성이 떨어지고 작은 집단 간에 이해가 충돌하고 반목하는 일이 잦아져 전체 시스템의 스트레스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시스템을 넓히려면 구성 요소들이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우리에게 그렇게 많은 시간이 남은 것은 아니지만 또 늦은 것도 아니다.

    이정환 (재료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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