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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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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대통령 탈당’과 ‘김병준 총리’로 풀어라- 노동일(경희대 법대 교수)

  • 기사입력 : 2016-11-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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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판 문화대혁명’. ‘트럼프 당선’에 대해 중국 일각에서 나오는 평가다. 설마가 현실이 된 것이다. 민주당 정권 8년을 지났으니 이번에는 공화당 차례였다. 미국 정치의 법칙이 그렇다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당장 걱정은 우리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이다. 미국 제45대 대통령 당선인은 기행과 막말을 일삼던 인물이다. 우리가 보아서 알지만 사람의 본성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트럼프의 공약도 가볍게 여길 수 없다. ‘멕시코 국경 장벽설치’ ‘무슬림 입국 금지’ 등은 실현되기 어렵다. 비용이나 정치적 역학 관계 등이 얽혀 있다. 그에 반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등은 비교적 쉬운 문제다. 자유무역협정은 일방이 통보하면 180일 후 자동 종료된다. 미국에 유리하게 재협상하지 않으면 자동종료 조항을 발동할 수도 있다. 미군 주둔 비용에 충분히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미군 철수를 들고 나올 수도 있다. 모두가 트럼프 지지층으로부터 환영받을 일이다. 북한 핵 문제는 완전히 외면하거나 선제공격론이 현실화되거나 극단을 오갈 수 있다. 어찌 되었건 한미 관계를 포함한 동북아 정세는 엄청난 격변이 예상된다. 중국과 일본이 바짝 긴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가. 가장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대한민국 정치권은 아직 한가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했지만 크게 힘이 들어가 보이지는 않는다. 통치의 도덕적 정당성과 정책집행의 동력을 이미 상실한 탓이다. 야당은 총리 후보 추천 거부에 이어 이번 토요일 촛불집회에 참석하겠다고 한다. 물론 트럼프 당선 소식이 전해지기 이전의 행보이다. 문제는 앞에서도 말했듯 상황이 심상치 않게 변했다는 사실이다. 정치적 급변 사태가 생긴 것이나 다름없다. 대통령이나 여야 모두 지금과 같은 정치적 교착상태를 더 끌고 간다면 감당하기 어려운 국면이 초래될 수도 있다.

    변화의 물꼬는 박 대통령이 터야 한다. 총리 권한 보장을 공개적으로 약속하는 게 선행되어야 한다. 청와대는 야당 추천으로 임명할 총리에게 국무위원 제청권, 해임건의권, 국정통할권 등을 보장할 것이라고 한다. 현행 헌법대로 하면 당연한 일이다. 지금까지 헌법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권한이 대통령에게 집중된 것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국민 앞에 분명하게 선언할 필요가 있다. 왜 대통령은 침묵을 지키고 청와대 관계자가 설명하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두 번째는 대통령의 새누리당 탈당이다. 진정으로 거국중립내각을 만들겠다면 대통령의 당적이탈은 필수적인 요건이다. 하야나 탄핵은 헌정사에 불행한 오점을 남기는 것이다.

    야당은 이에 답해 김병준 총리 카드를 받아야 한다. 야당이 총리 추천을 거부한 속내는 절대로 합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솔직히 밝힌 바대로 네가 추천하면 내가 싫고, 내가 추천하면 네가 싫다고 할 게 뻔하다. 김병준 총리 내정자는 야당의 대안으로서 훌륭한 선택이다. 총리의 권한을 100% 행사하겠다는 게 김 내정자의 포부다. 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야당 사람이기도 하다. 국정운영의 심장부에서 일해 본 경험은 어려운 시기에 귀중한 자산이다. 성공하거나 실패한 경험 모두 자양분이 될 수 있다. 실질적인 내각통할권을 행사하며 내년 선거까지 관리한다면 야당의 걱정도 크게 덜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추천한 총리라서 싫다면 좁쌀 정치나 다름없다. 끝까지 밀어붙여 하야까지 생각한다면 더 큰 혼란을 부채질하는 것이다. 경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한다. 대통령과 정치권이 국정에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자칫 외환위기 같은 사태가 초래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야당 역시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과유불급, 나설 때가 있으면 물러설 때를 알아야 한다. 대통령과 야당이 한발씩 물러서서 사태 수습에 나서야 할 때다. 대통령 탈당과 김병준 총리 카드는 좋은 정치적 교환품목이다.

    노 동 일

    경희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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