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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폐지하라- 황선준(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

  • 기사입력 : 2016-12-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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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쓰는 이 순간 대통령의 제3차 대국민 담화가 있었다. 대통령은 자신이 주변을 관리하지 못한 잘못은 있었지만, 정치에 몸 담은 지난 18년 동안 전혀 사심 없었고, 국가를 위해 공적 사업을 추진했다며 자신의 퇴진에 대해서는 국회에 맡기며 법 절차를 따르겠다고 천명했다. 탄핵을 피하고 시간을 벌려는 꼼수라는 반응이 압도적이다. 안타깝다. 지금까지의 검찰수사에 의해 밝혀진 헌정파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200만 촛불시위며 단 4%의 대통령 지지율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촛불시위는 더욱 강화될 것이고 국민은 대통령의 이번 헌정파괴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국정 및 경제공백은 장기화되고 한국호는 세월호와 같은 운명을 맞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이제 법적 절차에 따른 탄핵 외에는 다른 길이 없어 보인다. 탄핵 절차로 인해 소요되는 시간을 헛되게 보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미래에 대한 치열한 논의를 거쳐 비전과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 현대사의 숙원인 친일, 독재, 반통일, 부패·무능 세력을 이번 기회에 기필코 청산하고 우리의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전대미문의 박근혜 대통령 헌정파괴는 비극이자 동시에 기회가 될 것이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구시대의 세력을 청산하고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길밖에 없다. 민주주의 사상과 철학에 위배되는 헌법과 관련 법령을 우선적으로 개정해야 한다. 이는 곧 개헌을 의미하고, 대통령 탄핵이라는 중대사와 개헌을 동시에 해낼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된다. 특히 정치체제에 대한 첨예한 대립과 갑론을박으로 다른 중요한 일들을 놓치지나 않을까 두렵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폐지가 그 중요한 일들 중 하나다. 헌법 제7조 2항과 31조 4항은 각각 “공무원의…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교육의…정치적 중립성(은)…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은 마치 정치적 중립을 공무원에게 선심 쓰는 투다. 선심이 아니라 통치수단으로 악용된 것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하위 법률인 국가공무원법 제65조 및 66조에서 공무원의 정당가입, 선거운동 및 집단 행위의 금지가 그것을 대변하고 있다. 비록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한’이란 단서가 붙어 있지만 공무원의 정치적 행위금지는 헌법 제21조 1항의 ‘모든 국민의 언론·출판 및 집회·결사의 자유’ 정신에 위배된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이제 폐지돼야 한다. 1960년에 제정돼 박정희정권 이후로 계속 유지돼 온 이 정치적 중립은 박근혜 정권을 마지막으로 무덤으로 보내야 한다. 공무원도 정당에 가입하고 정치활동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물론 공무원이 업무시간과 수업시간에 특정 정당에 대한 선전이나 선거운동을 허용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럴 정도로 우리의 시민의식이 낮지도 않다.

    인간은 정치를 떠나서 살 수 없다. 정치적 결정이 인간의 삶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정치 속에서 비로소 인간답게 살 수 있다. 그러므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요구는 인간으로서의 가장 중요한 기본권을 박탈하는 것이다. 나아가 공무원의 정치행위 금지는 100만 공무원을 우민화한다. 대부분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것조차 금지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일부 공무원은 이 중립성 요구의 뒤에 숨어 민주주의 시민이 되는 것을 스스로 포기하고 있다.

    정치적 중립 요구보다는 차라리 공무원이 ‘민주주의 수호자’가 되게 해야 한다. 공무원에게 국가권력에 대해 자율성을 보장해 공무원이 정권의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고, 상사의 부적절한 지시를 거부하고, 국민에게 좌절과 불신을 주는 관료주의를 척결하고, 국민의 요구와 염원을 정책으로 담아내는 민주주의 수호자가 되게 해야 한다. 공무원의 민주성과 사회성이 그 나라의 민주주의 척도를 가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무원이 자신의 신념에 따라 민주주의 수호자가 될 때 한국민주주의는 어떠한 역풍에도 꺼지지 않는 횃불이 될 것이다.

    황 선 준

    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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