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7일 (토)
전체메뉴

[기고] 방송통신중 첫 졸업생에게- 정순공(창원 경원중학교 교장)

  • 기사입력 : 2017-01-04 07:00:00
  •   
  • 메인이미지

    경원중학교는 부설로 방송통신중학교(이하 ‘방송중’)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매달 두 번씩 짝수 일요일에 출근을 합니다. 일 년에 23일 정도 출석 수업이 있기 때문입니다. 주말이 다가오면 달력을 보면서 출근 여부를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2013년에 대구고등학교와 광주북성중학교에 부설로 방송중이 개교했습니다. 다음 해에 4개교가 추가되어 총 6개 학교가 되었습니다. 경남에서는 본교가 2014년에 개교를 하였고, 다음 해에 진주중학교가 문을 열었습니다. 2016년 현재 전국에는 20개 학교가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방송중은 중학교 학력 미취득자의 학습 요구와 학업부적응에 따른 중도탈락 학생의 증가, 그리고 결혼이민자, 장애인과 같은 교육소외계층의 중학교 학력 취득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방송·정보통신 교육을 활용하여 중학교 학력을 취득할 수 있게 만들어졌습니다.

    2014년 3월 9일, 경원중학교로 낯선 만학도들이 모였습니다. 머리는 희끗희끗하다 못해 하얗고, 허리는 굽어서 바른 걸음이 아닌 분도 보였습니다. 그날이 방송중학교 입학식 날이었습니다. 한 학년에 3개 학급 90명으로 남자 22명과 여자 68명이 입학을 하였습니다. 70대 6명, 60대 67명, 50대 17명으로 모두가 늦깎이 학생들이었습니다. 신입생 모집에 293명이나 지원을 했으나 연장자 순으로 뽑아서 나머지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정문 현판식을 시작으로 개교 테이프 자르기, 축하 떡 자르기 행사에 이어 체육관에서 입학식이 진행되었습니다. 어느 신문의 기사 한 대목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수십 년 만에 찾은 학교에서 입학식이 진행되자 이들의 얼굴에는 가슴 벅찬 표정이 떠올랐다. 큰딸에게서 선물받은 교복을 입고 입학식에 참석한 최고령 입학생 김○○(76·여)씨는 “1950년에 초등학교를 졸업했지만 경제적 사정과 6·25 전쟁 탓에 중학교 진학을 못하고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생을 했다”며 “입학을 하게 돼 기분이 너무 설레고 좋다”고 말했다. 김씨는 “얼마 전 무릎 수술까지 하면서 새롭게 각오를 다졌다”며 “앞으로 고등학교, 대학교도 도전해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입학생 대표로 단상에 올라 소감문을 발표한 박○○씨는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배움의 울타리 속으로 이제 들어왔으니 여기서 보람도, 기쁨도 찾아가며 자랑스러운 중학생이 되겠다”며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날이라고 생각하고 학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만학도들의 새 출발을 지켜보던 가족들도 축하와 응원의 말을 건넸다.

    이제 이분들은 많은 추억을 가득 안고 졸업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간편복에 운동화를 신고 함성으로 가득했던 체육대회! “배움에 때가 있나요” 하면서 목청껏 불렀던 추억의 가을 소풍. 소년·소녀 시절에 부르지 못하고 가슴에만 담았던 멜로디를 마음껏 불러 본 전국 합창제 금상! 체육시간에 배운 탁구와 배드민턴 수업, 유명 강사의 특강과 동아리 활동, 점심시간에 등나무 밑에서 담소를 나누며 도시락을 같이 먹던 즐거움. 이것들은 경쟁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화합의 사랑방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방송중이 이어주었습니다. 새로운 청춘이 열리고 있습니다.

    정순공 (창원 경원중학교 교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