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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한국고전머리연구소 경남지회 박효정 연구소장

옛사람 머리 모양 재현하는 ‘고전머리 연구가’

  • 기사입력 : 2017-01-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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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어 공부하며 조상의 머리 모양에 관심
    2014년부터 벽화 유물·문헌 등 연구
    지난해 ‘삼국 여인 머리형태’ 논문 완성
    가야 김수로왕의 부인 허왕후 머리 고증
     
    매년 창원의 역사인물 머리 형태 재현
    전시회 통해 지역민에 고전머리 소개
    지역축제·행사 홍보콘텐츠로 활용 계획
    시대별 머리 모양 전시 박물관 있었으면



    “분명 조상들의 머리 모양은 존재했을 텐데, 모른다는 것이 너무 답답하지 않아요?”

    박효정(40) 한국고전머리연구소 경남지회 연구소장은 고전머리를 연구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반문했다. 지난달 29일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의 한 미용학원에서 박 소장을 만났다.

    박 소장이 운영하는 미용학원 입구에는 각종 상장 등이 빼곡히 진열돼 있다. 대한민국 미용기능장, 이용기능장, ACE 국제미용교육 미용자격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대상, 교육부 장관상 대상, 대한민국 국회부의장상, 대만 국제배 대상 등 열거하기 힘들 만큼 많은 수상경력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건 한국고전머리협회 연구소 전통공예 기능, 한국 고전머리 기능경기대회 심사위원장 등 고전머리 연구에 대한 경력이다.

    박 소장이 말하는 고전머리란 고전예술의 한 부분으로 시대의 인물에 대해 탐구하고 고증해 옛 조상과 시대적 인물에 대해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학문이다.

    조상들의 머리 모양을 연구하는 학문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 좀 더 그의 얘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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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효정 한국고전머리연구소 경남지회 연구소장이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 창원아름다운 사람들 미용학원에서 궁중머리를 재현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궁금증에서 시작된 고전머리 연구= 박 소장은 20대 초에 사진학을 전공했으나 헤어(머리손질) 쪽에 관심이 많아 뷰티학과에 편입했다. 미용국가자격증도 따며 헤어를 공부하면서 유독 업스타일(올림머리)이 그의 관심을 끌었다.

    그는 학원 한쪽에 놓인 달비(가체)를 보이며 “우리나라에도 업스타일이 있다”고 했다. 달비는 여자의 머리숱이 많아 보이게 하기 위해 덧넣는 땋은 머리로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상류사회에서 사용됐던 머리 모양이다.

    “업스타일은 머리를 위로 올리는 형태인데, 우리나라로 치면 바로 ‘고전머리’예요. 헤어를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옛 조상들의 머리 모양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어요.”

    그의 궁금증은 고전머리에 대한 관심에만 그치지 않고 본격적인 연구에 뛰어들게 했다.

    “해외 유명 연예인들의 머리 스타일에는 관심을 두면서 우리나라 머리 스타일의 역사를 모르면 될까요? 고전머리를 모르는 것은 조상의 이름도 잘 모르는데 외국 이름만 달달 외우는 격이죠.”

    ▲허왕후 머리 모양 고증= 박 소장은 머리형태의 시대를 거슬러 연구하면서 더 많은 궁금증과 의무감으로 고전머리라는 학문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의 고전머리에 대한 지식은 자연스레 경남의 지역인으로서 지역의 인물에 대한 연구로 이어졌다.

    그는 “경남에서 가까운 역사적 배경은 가야를 손꼽을 수 있고, 이를 계기로 가야의 시대적 배경과 역사적 인물을 고증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지난 2014년부터 벽화 유물, 문헌을 바탕으로 연구해 2016년 6월에 ‘삼국시대 여인의 머리형태 연구(가야를 중심으로)’ 논문을 완성했다. 김수로왕의 부인인 허왕후의 머리를 고증한 것이다.

    박 소장이 특히 허왕후를 선택하게 된 데는 기존의 고증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허왕후는 우리 지역의 역사적인 여성 인물인데 머리 형태에 관한 연구는 전무한 실정이었죠. 한 행사장에서 허왕후를 재현한 밀랍인형의 머리 모양을 보고 깜짝 놀란 적도 있어요. 쪽머리 형태로 대충 묶어놓고 격식도 없었고 게다가 매년 머리 모양이 달라졌죠.”

    허왕후뿐만이 아니다. 그는 고전머리에 대한 고증이 잘못된 사례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박 소장은 “사극 드라마에서도 잘못된 사례는 종종 눈에 띈다”며 “예컨대 배씨머리는 첫돌 무렵 어린아이들에게 하는 머리인데 사극에서 성인 여성들이 하고 나온다. 일반인이 잘 모른다고 해서 엉터리로 표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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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효정 연구소장이 달비(가체·머리숱을 많아 보이게 하려고 덧넣어 땋은 머리)를 만들고 있다.

    ▲고전머리 연구 활성화 기대= 박 소장은 고전머리 연구를 ‘자기와의 싸움’에 비유했다. 어떻게 고증하고 재현할 것인지에 대해 당시 머리 모양에 대한 정확한 사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자료는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는 “머리 스타일은 시대적, 공간적으로 서로 영향을 주므로 유추할 수 있는 자료를 최대한 참고한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허왕후의 경우 고구려, 백제, 신라 등 벽화 그림과 유물 등을 많이 참고했다. 예컨대 허왕후의 표준영정은 왕관에 가려 머리 모양이 나와 있지 않지만 왕관의 형태나 당시 풍습 등을 조사해 왕관 속에 감춰진 머리 모양을 유추하는 것이다. 박 소장은 유추할 수 있는 머리 모양의 여러 경우의 수를 놓고 고고학자, 사학자, 미용기능장 등 전문가 집단에 설문지를 돌렸다. 그중에 공통된 의견을 뽑아 집단사고의 결과를 도출해내는 것이다. 그는 “어떻게 보면 창작이 더해질 수도 있지만 재해석에 따른 창작이다”며 “철저히 문헌이나 자료에 바탕을 둔 재해석이다”고 말했다.

    박 소장이 처음 고전머리 연구를 시작할 때 주변에서 고증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결국 재해석일 뿐 당시 모습을 정확히 재현한 고증이 나오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분명 그 당시 머리 모양은 존재했는데 후손들이 모르고 산다는 것이 너무 답답하지 않냐”며 “고전머리 연구하는 사람들이 늘어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2년여에 걸쳐 완성한 자신의 논문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할 또 다른 논문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작업들이 반복될 때 정답에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영원히 알 수 없죠.”

    ▲고전머리는 훌륭한 지역 콘텐츠= 박 소장은 창원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지난 2014년부터 한복머리 올림머리 강좌를 개설해 후배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100명에 가까운 후배들을 양성했으며 매년 창원의 역사적 인물들의 머리를 재현하는 전시회를 개최해 지역주민들에게 고전머리를 소개하고 있다. 나아가 그의 소망은 고전머리를 여러 가지 문화콘텐츠로 개발해 많은 사람들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향후 여성의 머리 모양을 시대별로 전시한 미니어처 박물관도 설립하고 싶다는 박 소장의 꿈은 결코 작지 않았다.

    “지역마다 관광산업 육성을 많이 거론하는데 그렇게 거창하거나 멀리 있는 것이 아니죠. 콘텐츠는 찾아내고 개발해야 합니다. 지역주민들에게 조상들의 옛 모습 재현을 통해 역사적인 지식을 알리는 것이 곧 관광산업 육성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요.”

    김용훈 기자 yh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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