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즈음 우리에게는 참으로 생소한 뉴스가 있었다. 유럽의 복지국가 중 하나인 스위스에서 전 국민에게 우리 돈으로 매월 300만원을 아무 조건 없이 지급하겠다는 법안의 도입 여부에 대한 국민투표였다. 이 뉴스는 우리 국민들에게 이해할 수 없는 두 가지 의문점을 던져 주었다. 첫째는 국가가 아무런 대가 없이 돈을, 그것도 매달 생활비로 준다는 것이고 둘째는 그러한 국가의 제안을 국민들이 거절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해할 수 없는 스위스의 국가와 국민들의 결정에 대한 논의가 바로 기본소득에 대한 문제다. 기본소득이란 인간의 성별, 재산이나 소득의 많고 적음, 노동 여부 등과는 상관없이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소득을 의미한다. 기본소득제 논의의 핵심은 국가가 대가 없이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고 또한 전 국민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본소득금액은 각 나라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물가수준을 반영한 최저생계비 수준에서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본소득의 재원이 국민들이 납부하는 세금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소득금액이 많을수록 국가의 재정은 악화될 것이며 그 결과 국민들의 납세부담액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본소득의 규모가 더 확대되면 그것은 기본소득이 아니고 공동으로 생산해 공동으로 분배하는 공산주의의 사고로 나아가게 된다. 무리한 기본소득제는 국민들의 조세부담액을 증가로 이어져 국민 개개인의 근로의욕을 떨어뜨리고 국가 경제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나라는 스위스와는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은 차이점이 있다. 우선 국민들의 소득수준 차이를 보아야 한다. 스위스의 국민 1인당 GDP는 2016년 4월 기준 8만 달러로서 세계 2위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1인당 GDP 2만7000달러에 비해 3배가 높다. 물론 스위스의 물가수준 역시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높지만 그렇더라도 스위스 국민들의 소득수준은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기 때문에 추가적인 세금부담을 감수하면서 기본소득을 받아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다음으로 소득분배의 불균등 정도를 살펴보아야 한다. 스위스는 우리나라에 비해 국민들의 평균적인 소득수준 차이가 크지 않은 반면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소득불평등 정도가 높은 나라이다. 이 말은 국민 1인당 소득수준 비교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극단적으로 표현한다면 스위스는 모든 국민들이 각자 연간 8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소수의 고소득자는 연간 100만달러를 버는 반면 나머지 대다수의 국민은 연간 3000달러를 벌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스위스 국민들이 부결한 기본소득제도를 우리나라에서 도입하는 것이 시기상조라거나 최고의 선진국인 스위스도 도입하지 않은 제도를 아직 선진국에 진입하지 못한 우리나라가 도입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결론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노인 빈곤율이 높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소득분배가 너무 왜곡돼 있기 때문에 반드시 기본소득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한꺼번에 모든 국민들을 대상으로 기본소득제를 도입하는 것이 재정상의 문제로 어렵다면 우선적으로 노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후 그 적용 대상을 점차 확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재정적인 문제는 예산지출의 내역과 규모를 조정한다면 묘수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가난한 노인들에게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전부 소비되어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일거양득인 제도인 것이다. 이번에 실시될 대통령 선거에서는 이러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것을 기대해 본다.

배종일 (대신회계법인 공인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