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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장미 대선에서 희망을 보고 있는 두 나라 국민들- 이춘우(경상대 불문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7-03-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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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줄곧 12월 추운 겨울에 치러지던 우리나라 대선이 지난주 있었던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에 따라 처음으로 봄에 치러지게 되었다. 탄핵 초기에는 ‘벚꽃 대선’이 점쳐졌지만, 탄핵 심판 결정이 다소 늦어지면서 벚꽃이 아니라 이제 ‘장미 대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사랑과 열정을 상징하는 장미의 계절에 대선이 치러지는 것은 의미가 있다. 게다가 5월이 갖는 역사적 의미는 각별하다. 37년 전 민주화 항쟁의 경험을 간직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5월은 잊을 수 없는 상처의 달이자,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달이기 때문이다. 4·19혁명이라는 또 다른 민주주의를 향한 피의 항쟁을 경험한 우리이기에 4월이든, 5월이든 봄에 민주주의의 꽃인 대선을 치른다는 의미는 각별할 수밖에 없다.

    이 봄에 우리나라 사람들만큼이나 흥미진진하게 대선을 앞두고 있는 나라가 있으니 바로 프랑스다. 우리나라 선거일이 5월 9일로 정해짐에 따라 두 나라는 공교롭게도 이틀 차로 대선을 치를 예정이다. 프랑스는 우리와 다르게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고 있는데, 4월 23일 치러질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획득한 후보가 없을 경우 5월 7일 2차 투표를 통해 대통령을 선출하게 된다. 현재 과반의 지지를 얻는 후보가 없기 때문에 이번에도 2차 투표까지 갈 것이 확실하다. 3월 14일 Ifop라는 기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후보가 26.5%, 중도 전진당의 엠마뉘엘 마크롱 후보가 25%, 우파 공화당 프랑수아 피용 후보가 19%, 현 집권당인 좌파 사회당의 브누아 아몽 후보가 14%, 공산당의 지지를 받고 있는 좌파당의 장-뤽 멜랑숑 후보가 11.5%를 기록하고 있다.

    이번 프랑스 대선은 이변의 연속이다. 2011년부터 아버지 장-마리 르펜을 이어 국민전선을 이끌면서 ‘극우 인종차별주의’자로 평가받는 마린 르펜이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것부터 그렇다. 그녀는 반이민, 반이슬람주의, 반유럽연합을 주장하며 이민 문제와 암울한 경제 상황으로 불안해하고 있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우파에서는 작년에 예상을 뒤엎고 피용이 사르코지 전 대통령과 알랭 쥐페 전 총리를 제치고 후보가 된 후 대통령 당선이 가장 유력시되었으나, 부인과 자녀들을 보좌관으로 허위 채용해 세비를 횡령했다는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되면서 1차 투표도 통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좌파에서는 지명도가 비교적 낮았던 아몽이 마뉘엘 발스 전 총리를 누르며 후보가 되었으나, 급진적 공약 때문에 진보 진영을 결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정치적 이변의 반사 이익을 톡톡히 보고 있는 사람은 정치 신인으로 서른아홉 살에 불과한 마크롱이다. 그는 작년 8월까지 2년 동안 현 사회당의 경제 장관을 지냈을 뿐 한 번도 선거를 치른 경험이 없다. 작년에 사회당을 나와 급조한 전진당을 배경으로 하고 있을 뿐이다. 정치적 기반이 허약한 그가 그럼에도 Ifop의 여론 조사 결과 2차 투표에서 60%를 얻어 40%를 얻은 르펜을 이기고 대통령에 당선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에 이어 르펜의 극단적인 국수주의 정부의 탄생을 걱정하기 시작한 사람들이 마크롱을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젊은 피로 주목받고 있는 마크롱은 35시간 노동시간 유지, 공공 지출 억제를 통한 청년 고용 창출, 좌파 진영에서 반대하고 있는 연금 개혁 등에 집중하겠다는 생각을 밝혔지만, 정책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프랑스의 시인 아폴리네르는 <오월>이라는 시에서 “오월, 아름다운 오월은 새순 난 포도나무 줄기와 장미 나무로 폐허를 장식했다”고 노래했다. 높은 실업률과 경제 위기로 불안을 느끼고 있는 두 나라의 국민들이 5월의 장미 대선을 통해 폐허가 된 민주주의와 폐허가 된 경제를 장밋빛으로 장식하고 국민들에게 사랑과 열정을 불어넣을 새로운 지도자들을 뽑게 될 것인가? 지켜볼 일이다.

    이춘우 (경상대 불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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