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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인의 정체성 일깨워준 의무경찰- 김유현(부산 해운대경찰서 방범순찰대 의무경찰)

  • 기사입력 : 2017-03-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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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중·고, 모든 학창시절을 해외에서 보낸 나에게 군대생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어쩌면 당연했는지도 모른다. 입대 전 언론보도와 이미 전역한 선배들을 통해서 전해 들은 불합리한 군대생활에 대한 무용담들은 이러한 공포감을 키우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러한 걱정들이 지나친 기우였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대학입시보다 더 치열했던 의경고시(?)를 통과한 나에게 예상과 전혀 다른 의경 생활문화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입 초기에는 부모님 간담회 및 의경어머니회 분들의 봉사와 관심 등을 통해서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또한 구성원 모두의 지속적인 노력 덕분으로 생활관 내 과거의 잔존 악습들은 근절됐고, 자기계발을 위한 여가활동이 활발했다.

    의경 생활문화 3.0 시대에 걸맞게 선임대원이나 지휘요원 중심의 부대가 아닌 상호 존중, 신뢰, 소통이 존재하는 부대 환경이 조성되었다. 그 결과 군 생활에 대한 두려움을 느껴보지 못했고 복무만족도는 상승했다. 특히 중대장님과 지휘요원들의 세심한 배려는 해외에 계신 부모님의 빈자리를 채워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전입 첫해, 동절기 방범순찰 활동을 통해서 취약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보호활동의 중요성을 체험할 수 있었다. 팍팍한 삶 속에서도 서로 돕고 사는 그분들의 모습을 통해서 더불어 사는 지혜도 배울 수 있었다.

    또한 출동근무나 야간 교통 지원근무에 임했을 때는 다양한 언론 매체들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었던 이야기들을 피부로 직접 느끼면서 여러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더욱 깊은 이해와 폭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었다.

    5월이 되면 사회인이 된다. 17년 동안 해외에서 성장한 내가 대학입학을 위해 한국에 돌아온 지 3년이 지났다. 그중에 절반은 대학생활을, 나머지 절반은 의경생활로 보낸 셈이다. 부산에서 태어났지만 너무 일찍 해외로 떠난 탓에 고향의 의미도 몰랐다. 그런 나에게 의경생활은 ‘토종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되찾는 데 최고의 기회였다. 제대를 하고 나면 진정한 ‘부산사나이’로 거듭나게 해준 해운대경찰서 방범순찰대 의무경찰 관계자 분들과 선·후임들의 풋풋한 정이 영원히 그리울 것 같다.

    무엇보다 3대가 모두 현역병으로 근무하며 ‘병역명문가’로 선정되자고 할아버지께서 생전에 했던 약속도 지킬 수 있어 뿌듯하다.

    김유현 (부산 해운대경찰서 방범순찰대 의무경찰)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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