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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맨스프레딩(manspreading) - 서영훈 부국장대우 사회부장

  • 기사입력 : 2017-06-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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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에서 나오는 국어사전이든, 영어권 나라에서 발행되는 영어사전이든, 새로 생겨난 말이 사전에 등재되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들이 필요할 것이다. 사회현상 등이 상당히 일반화된 경우여야 하고, 또 많은 사람들이 두루 사용하고, 말하거나 듣기에 크게 거북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2년 전, 세계 최대의 사전이라는 옥스포드영어사전 온라인판에는 ‘manspreading(맨스프레딩)’이 등재됐다. 국내에서는 이와 같은 의미의 ‘쩍벌남’이 국립국어원의 참여형 온라인 사전 ‘우리말샘’에 올라 있다.

    ▼man 즉 남자가 spreading 즉 다리를 벌리고 앉는 것이 맨스프레딩이다. 남자가 다리를 벌리고 앉는 것 자체는 아무것도 아니다. 새로운 단어가 될 만한 현상도 아니다. 자기 집 소파에서 다리를 벌리고 앉든 누워 있든 누가 나무랄 일이 아니다. 그러나 남자가 다리를 벌리고 앉는 것이 타인에게 피해를 줄 때, 또 그런 남자들이 많을 때, 이는 사회현상이 되고 사전에 등재되는 요건을 갖추게 된다.

    ▼최근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를 운행하는 버스 안에 맨스프레딩을 금지하는 스티커가 일제히 붙었다. 두 다리를 크게 벌린 남성 그림 옆에 X표시가 돼 있는 스티커다. 시의회와 버스회사, 여성단체들이 공동으로 맨스프레딩을 없애기 위해 벌이는 캠페인의 하나다. 미국 뉴욕과 필라델피아 교통당국은 일찍이 이러한 캠페인을 벌이며 여성 승객들의 권리 찾아주기에 나서고 있다.

    ▼맨스프레딩은 어떤 남성이 다리를 벌려 앉는 바람에 옆자리에 앉아 있는 여성이나 또 다른 남성이 불편을 겪는 정도로 그치는 문제가 아니다. 맨스프레딩은 남의 공간을 침범하는, 남의 권리를 빼앗는 행위다. 시내버스든 지하철이든 항공기든 옆자리에 앉은 사람의 공간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무례한 행위가 맨스프레딩이다. 같은 운임을 내고도 자신의 권리를 강탈당한 승객들은 맨스프레딩의 피해자다. 그래서일까. 필라델피아의 대중교통수단 내에 붙어 있는 맨스프레딩 금지 스티커의 그림은 문어발이다.

    서영훈 부국장대우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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