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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리더의 그릇- 김진호 정치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7-07-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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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양 출신의 사상가이자 서예가인 신영복(1941~2016) 선생은 지난 2006년 3월 모교인 서울대 입학식 축사를 하면서 대학시절에는 그릇을 키우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대학시절 이후에는 그릇이 오히려 작아진다며 그릇을 채우려고 하기보다는 그릇 자체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라고 말했다.

    ▼신영복 선생은 인간에게 있어 그릇이란 품성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는 인간적 품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이성과 감성을 열어야 한다고 했다. 역사와 미래를 향하여 열어야 하고, 한 포기 민들레를 향해서도 열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그릇을 비우고 그릇 자체를 응시하고 키우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는 당장 소요되는 것들로 그릇을 채우려 하기보다는 더디지만 느긋한 걸음걸이로 냉철한 이성의 머리와 뜨거운 감성의 가슴을 보다 멀리, 보다 넓게 열 것을 주문했다.

    ▼일본 최고의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 저자인 나카지마 다카시 (1957~)는 지난해 펴낸 저서 ‘리더의 그릇’을 통해 우리가 흔히 사람의 됨됨이와 가능성의 크기를 ‘그릇’에 비유하는데 이런 표현에는 그릇은 모름지기 커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내포되어 있다고 했다. 그는 그릇을 채우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오히려 비울 때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덕이란 얼마나 많이 버릴 수 있음을 아는 것이지만, 이익에 대한 욕심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버리는 것이 진정한 고수라는 것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오찬 회동에 끝내 불참했다. 홍 대표는 자신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한미 FTA를 강행처리할 때 문 대통령이 제2의 을사늑약이니 매국노라고 비난한 점을 들어 얼굴 붉힐 것을 우려해 거부했다. FTA 관련, 홍 대표의 지적에 침묵하는 청와대의 태도도 문제는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협치를 논의하는 자리에 빠지는 이유 치고는 궁색하다. 나카지마는 전한다. “깊이와 두터움과 무게가 겸비되지 않으면 주위 사람은 그를 따르지 않는다”고.

    김진호 정치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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