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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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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그랜드 아트 투어’를 가다 (3) 베네치아 비엔날레

수많은 기획전시 가득한 베네치아 자체가 ‘감동’
1895년 시작된 전 세계서 가장 대표적인 비엔날레
자르디니 국가관 전시서 주제 잘 살린 한국관 ‘호평’

  • 기사입력 : 2017-08-06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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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네치아에 도착하자마자 같이 간 일행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독일에서는 크게 들리지 않던 소리다. 바싹거리는 햇살과 찰랑거리는 바닷바람이 절로 웃음을 머금게 한다. 전 세계에 비엔날레 붐을 일으킨 주인공인 베네치아 비엔날레는 1895년 첫 회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19세기 말 당시 가장 핫한 모던 아트를 소개하기 위해 기획된 이 행사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비엔날레로 여겨진다. 비엔날레 전시장은 베네치아 남동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국가관 전시가 열리는 ‘자르디니’와 주제 전시가 열리는 ‘아르세날레’로 구분된다. 자르디니에는 1995년 만들어진 한국관을 포함해 총 30개의 국가관(베네치아 시 영구전시관 포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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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르디니에 위치한 한국관 입구.



    국가관 전시 중 황금사자상을 받은 국가는 독일이다. 운이 좋아 독일관 퍼포먼스를 볼 수 있었는데 수잔느 페퍼가 큐레이팅하고 안네 임호프가 참여한 ‘파우스트’가 그것이다. 투명한 유리벽으로 둘러싸인 방에서 임호프가 아이폰으로 메시지를 보내면 배우들은 이에 따라 각자 스타일대로 그 내용을 몸짓으로 표현한다. 유리벽은 무대의 이쪽과 저쪽을 구분하기도 하지만 정해진 건 없다. 어느 순간 관객 속으로 퍼포머가 들어오고 어느 순간 사라진다. 관객들이 우르르 퍼포머를 쫓아다니는 모습은 마치 의도된 하나의 몸짓처럼 보인다. 관객과 배우의 구분이 모호하고 무대와 관람석이 뒤섞여버리는 현장은 거대한 설치 미술이자 연극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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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르디니에 위치한 독일관 내부 퍼포먼스.



    현지 언론의 호평을 얻은 한국관 역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카운터밸런스(Counterbalance)’라는 주제로 이대형 예술감독이 큐레이팅하고 코디최와 이완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전반적으로 눈에 띄는 구성력을 보여주고 있다. 베네치아 비엔날레를 빗대어 서구문화의 허구성과 모순성을 드러내 보여주고자 한 코디최와 타자의 삶을 자아와 연결하여 제3세계의 존재를 시각화한 이완의 작품은 그 주제를 전달하는 데 큰 무리가 없어 보였다. 다만 라스베이거스를 형상화한 외부 네온사인의 작업이 호객행위를 하는 듯해 왠지 모를 씁쓸함이 느껴졌다.

    올해 베네치아 비엔날레의 주제는 ‘비바 아르테 비바 (Viva Arte Viva)’로 우리말로 하자면 ‘만세 예술 만세’ 정도다. 즉 담론화된 컨템퍼러리 아트의 무거움을 잠시 내려두고 예술성에 기대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눠보자는 취지다. 그런데 이 즐거움이 마냥 즐기고 놀자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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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세날레 주제전 중 세일리아힉스.



    총감독을 맡은 프랑스 퐁피두센터의 선임큐레이터 크리스틴 마셀은 분쟁과 충격으로 가득한 시대상황에서 점점 만연되어 가는 개인주의와 무관심을 예술로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전시 서문에서 표명하고 있다. 관례화되고 굳어버린 상황을 타개할 힘을 가진 존재가 바로 예술이라는 것. 예술가들에게 자유로운 발언의 장을 열어두면 세계의 난제를 푸는 무언가가 발견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의 메시지다. 그런데 막상 주제가 열려 있으니 작가들은 자신의 작업 세계를 맘껏 뽐내기만 하고 관람객은 축제 속에 들어와 예술 이미지를 소비하기 바쁘다. 물론 그 소비조차도 과도한 물량 공세로 제대로 실행되기 어려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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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다 보니 비엔날레 현장에서 베네치아의 장소성이 예술과 더불어 발현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아르세날레가 애초 무기 공장지역임을 감안할 때 그 역사성도 대체로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 아르세날레 언저리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만 그 흔적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이 코스는 전체 관람객 중 10%도 찾지 않는 것 같았다.)

    이목을 끈 건 베네치아 비엔날레가 아니라 비엔날레가 개최되고 있는 베네치아 도시 그 자체였다. 더불어 시내 곳곳에는 수많은 기획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특히 팔라초 포투니(Palazzo Fortuny)에서 진행 중인 <인투이션(Intuition, 직관)>에서는 전시 제목만큼 직관적으로 감동을 주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나에게는 이곳이 ‘비바 아르테 비바’였다.

    김재환(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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