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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시발비용- 권태영 편집부 기자

  • 기사입력 : 2017-09-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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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조어 중 ‘시발비용’이란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국어사전에는 나오지 않지만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쓰지 않았을 비용을 뜻한다. 이를테면 스트레스 받고 홧김에 치킨 시키기, 평소라면 대중교통 이용했을 텐데 짜증 나서 택시 타기 등을 말한다. 시발비용을 쓰더라도 지나친 과소비가 아니고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면 이 또한 나쁘지 않을 듯싶다. 분명 소비하는 당시에는 의미 있는 소비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스트레스는 우리가 쓰는 외래어 중 사용 빈도가 가장 높다. 국립국어원의 표준대사전에서는 스트레스를 긴장, 불안, 짜증으로 순화해서 쓸 것을 권유하지만 대체하기엔 뭔가 부족함이 있어 보인다. 직장인이라면 상하 직위의 차이가 있는 회사 속에서 필연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고, 자영업자들도 다양한 고객들과 관계 속에 스트레스를 겪기도 한다. 가능한 한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 삶이 가장 좋겠지만, 아무런 스트레스가 없다면 세상살이는 무료해질지도 모른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안거낙업(安居樂業: 편안히 살면서 생업을 즐김)’을 설파했다. 이 용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국정의 지향점으로 삼은 정치철학이기도 하다.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황제로 손꼽히는 강희제(청 왕조의 4대 황제)도 통치목표를 안거낙업으로 삼았다고 한다. 탄핵 정국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가 더욱 중요한 이유는 경제 불황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정치만이라도 스트레스를 덜 주고 편하게 해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란 말이 있다. 예민한 사람은 스트레스 때문에 각종 질환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적당한 스트레스는 긴장감을 줘서 생활의 활력소가 될 수도 있다. 군필자라면 입대 이전부터 숱하게 들었고, 전역 이후에도 공감하는 말 중 하나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이다. 불교 화엄경의 중심사상인 ‘일체유심조’는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에 있다고 강조한다. 결국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어떻게 다스리냐가 중요한 문제가 됐다.

    권태영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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