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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좋’이 길어야?- 조기조(경남대 대학원장)

  • 기사입력 : 2017-09-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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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한더위의 초저녁, 창원 KBS홀에서 국악인 손양희 명창의 공연이 있었다. 처음부터 국민 여동생 같은 송소희가 치고 나왔다. 손명창에 이어 오정해, 남상일도 함께했다. 김덕수에 익숙한 나는 조갑용의 사물놀이패는 처음 보았다. 경남도 판소리보존회 회장인 손양희 명창은 경남도 무형문화재 제9호 판소리 ‘수궁가’ 예능보유자 후보이고, 지난 5월 ‘제28회 대구국악제 전국국악경연대회’ 판소리 부문에서 종합대상인 대통령상을 받았단다.

    이번 공연은 한 기업인의 후원으로 30여 년간 경남 국악을 발전시키고 위상을 끌어올리는 데 열정을 쏟아온 손 명창의 대통령상 수상을 기념하고 재조명하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다. 그분은 지난 수년간 손 명창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이날의 공연도 그가 지갑을 연 것. 나도 한자리를 얻어 와보니 지인들이 많이 보인다. 중간에 사회 남상일이 한 말씀 하시란다. 그는 ‘부경’이라는 회사를 한다며 지난 40여 년간 온 몸을 상하면서도 열심히 일했고 또 이웃을 도우며 더불어 살겠단다.(그동안도 그렇게 살아 왔으면서) 조명에 박수 받으니 돈 벌어 쓴 보람 있다. 부럽다. 엄청 커 보인다. 있다고 다 지갑을 열겠는가?

    서울 KBS 국악관현악단의 연주, 반주도 압권이다. 50명은 너끈히 넘는 단원들, 깽깽이(해금)를 긁고 가야금을 퉁기고 대금과 피리, 날라리를 불어 젖힌다. 꽹과리에 큰북, 드럼도 있다. 베이스를 깔아주는 악기는 무언지 모르겠지만 코드를 맞추며 심금(心琴)을 울린다. 우리 것인 국악이 ‘궁상각치우’가 아닌 도레미파를 자유로이 연주하고 국악을 양악처럼 다룬다. 이들이 세계 최고다. 안 그렇겠는가?

    사회를 보는 남상일은 흥을 돋우기 위해 추임새를 함께 하자고 당부한다. 얼씨구, 하면 조오타!로 하잔다. 그런데 ‘좋~~~~~~다’처럼 ‘좋’이 길어야 한단다. ‘좋’이 짧으면 못 쓴다 해서 모두들 웃었다. 들리기를 ‘좋’이 x 같아서 말이다. 그런 익살로 분위기 띄우는 것도 능력, 재치는 인기의 어머니다.

    ‘바늘 하나 세울 수 없고 빽빽한 짐승의 털처럼’을 말하는 ‘입추(立錐)의 여지나 추호(秋毫)도’ 없는 홀에 들어서서 아연(啞然) 실색(失色)을 했다. 한 시간이면 넉넉히 당도할 것이라 믿고 나섰는데 이게 아니었다. 방학인데도 퇴근시간은 밀렸다. 차로를 이리저리 넘나들며 겨우 당도하니 주차장은 초만원. 초대받은 좌석 있다고 떠밀고 들어서니 눈에 들어오는 모습에 압도당한 것이다. 자리가 없어 통로에 앉았다. 다들 그렇게 앉아 있으니 나도 비집고 앉을 수밖에. 두 시간의 공연에 만감이 교차한다. 일찍 나설 것을…, 택시를 탈 것을…, 모두들 호응하며 교감하는데 혼자 이 생각 저 생각이다. 헐! 참 오랜만에 군중 속의 고독이다.

    누구처럼 ‘미적거리다 그럴 줄 알았다’는 묘비명을 쓰게 될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자전거 노래가 떠오른다.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우물쭈물하다가는 큰일 납니다!

    조 기 조

    경남대 대학원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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