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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생리대 포비아- 조고운 뉴미디어부 기자

  • 기사입력 : 2017-09-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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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가오는 생리일이 두렵다. 릴리안 독성 생리대 사태 이후 생리는 ‘귀찮은 일상’에서 ‘두려운 일상’으로 바뀌었다. 지난 주말 들른 마트에서는 결국 생리대를 사지 못했다. 믿을 만한 제품이 없어 공포이고, 아무런 대안이 없어 그 ‘공포’를 사야 하는 현실은 더 큰 공포다. 오늘도 나는 인터넷으로 생리컵 후기를 검색하고, 면생리대를 쇼핑몰 장바구니에 담고 빼고를 반복한다.

    ▼생리는 인류의 절반이 겪는 일이다. 여성은 평균 40년간 500번의 생리를 하고 1만1000개의 생리대를 사용한다. 우리나라 최초 일회용 생리대는 1966년 무궁화위생화장지공업사에서 파지를 뭉쳐 만든 크린패드였다. 그러나 이후 30년(1995년)간 텔레비전의 생리대 광고는 금지됐다. 20년이 또 흘러 여성의 80%가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는 시대에도 광고에서 ‘생리’라는 직접적 단어는 듣기 어렵다. 안전을 논하기엔 우리의 ‘생리 문화’는 지나치게 폐쇄적이었다.

    ▼‘케미 포비아’(화학성분에 대한 공포)가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와 살충제 계란, 독성 생리대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사회 불안감은 극도로 깊어졌다. ‘노케미족’이 늘고, 인간과 환경을 위해 ‘약간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생리대 문제의 답도 결국 면생리대로 귀결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수십 년간 일회용에 익숙해진 많은 여성들에겐 ‘면생리대’ 역시 두려움의 대상이다. 관리도 어렵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 더 갑갑하다. 출구 없는 ‘생리대 포비아’다.

    ▼약사법 개정으로 오는 11월부터 일회용 생리대의 제조 성분이 완전 공개된다. 반가운 일면 부담감도 든다. 화학성분을 일일히 검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북유럽에는 ‘노르딕 에코라벨’ 제도가 있다. 노르웨이와 스웨덴 등 국가가 자발적으로 만든 친환경 인증제로, 엄격한 기준을 통해 환경과 건강에 안전한 제품을 심사해 라벨을 부착해 안전한 소비를 돕는다. 모든 것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시대, 극도의 공포는 개인과 사회를 소모시킨다. 그것이 북유럽 정부가 발벗고 나선 이유일 것이다.

    조고운 뉴미디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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