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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14마리의 늑대- 이종훈 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17-09-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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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은 미국의 옐로스톤이다. 그랜트 대통령이 1872년 이곳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제주도 다섯 배 크기인 옐로스톤은 줄지어 선 폭포를 통과하며 흐르는 그랜드캐니언 등 수많은 협곡, 호수, 간헐천, 온천, 끓어오르는 진흙, 회색곰과 늑대 등 야생동물이 한데 모인 독특한 장소이다. 그래서 옐로스톤은 지구 진화의 역사를 공부하고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유적으로 꼽힌다.

    ▼하지만 옐로스톤도 많은 아픔을 겪었다. 밀렵이 성행하면서 1926년 늑대가 공원에서 멸종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비버의 수가 줄어들었다. 사슴이 많이 불어나서 나뭇잎과 나무뿌리 등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기 시작했고, 나무로 집을 짓고 사는 비버도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결국 생태계도 망가져 버린 것이다. 공원 측은 고민 끝에 1995년 14마리의 늑대를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풀었다. 그러나 아무도 이 늑대들이 기적을 불러올 줄 몰랐다.

    ▼모든 일은 늑대가 사슴을 사냥하면서 시작됐다. 사슴의 수는 급속하게 줄어들었고 식물들이 다시 자라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종들이 모였다고 한다. 멸종됐던 비버가 돌아왔고, 늑대가 코요태를 사냥하기 시작하면서 토끼와 쥐가 늘어나고 이는 여우와 족제비, 독수리들을 불러왔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늑대가 강의 움직임까지 바꾸어 놓았다는 것이다. 비버가 지은 집으로 인해 강의 굽이는 줄어들었고, 웅덩이가 많아져 야생 서식지도 여기저기 생겼다.

    ▼70년 동안 인간의 노력으로 해내지 못한 생태계 안정이 14마리의 늑대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우리나라도 1967년 12월 29일 지리산을 시작으로 설악산(1970), 한라산(1970) 등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자연보호’라는 단어가 익숙해졌다. 자연보호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다. 그런데 온 산에 케이블카 등 인공구조물을 설치한다고 부산을 떨고 있다. 대표적인 자연주의자인 루소는 ‘인간의 손길이 닿자 모든 게 惡(악)으로 변했다’고 했다. 사람의 손길이 닿아 무사한 자연은 없다.

    이종훈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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