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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원자력 발전과 에너지 정책- 배종일(대신회계법인 공인회계사)

  • 기사입력 : 2017-09-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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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국가의 에너지 정책은 100년까지 내다보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수립돼야 한다. 요즘처럼 기술이 급변하는 시대에는 100년이란 시간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수립한다는 것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에너지 정책은 최대한 장기적 안목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반론이 있을 수 없다. 물론 정책이라는 것도 여건과 환경이 변하면 거기에 맞춰서 조정돼야만 한다. 에너지 정책 역시 아무리 장기적으로 수립되고 집행되더라도 중간에 조정과 변화의 과정을 겪게 마련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원이 될 만한 천연자원이 부족한 나라다. 때문에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에너지는 외국에서 수입한다고 보면 틀림없다. 그 에너지 중 특히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발전원별 비중을 보면 2016년 기준으로 원자력이 30%, 석탄이 36%, 가스가 21%를 차지하고 있다. 전기 생산 단위당 비용은 2015년 기준으로 태양광발전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를 100이라고 했을 때 원자력은 43, 석탄은 47, 가스는 64 정도 된다. 이러한 수치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원자력 발전이 에너지 비용을 낮추는데 얼마나 커다란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다. 이렇게 저렴한데도 독일과 미국을 포함한 몇몇 나라에서는 탈원전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보다 과학기술이 앞서 있고 잘 사는 나라에서 원자력 발전을 하지 않겠다고 하니 우리도 앞으로 그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미국의 원천별 발전단가를 살펴보면 왜 미국이 원자력발전을 포기해야만 하는 지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태양광 발전단가를 100이라고 했을 때 원자력 발전은 101, 풍력발전은 61, 가스화력 발전은 114 정도가 된다. 우리나라는 원자력 발전 단가가 태양광을 포함한 신재생 발전 단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 미국은 오히려 원자력 발전에 더 많은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원자력 발전을 포기하고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쪽으로 정책방향을 잡을 수 밖에 없다. 원자력이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와 방사성물질 관리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이유도 없지는 않겠지만 저렴한 비용을 추구하는 경제적 원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설득력이 있다.

    에너지 생산 단가가 국가마다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다. 우리나라의 경우 태양광 발전단가는 미국에 비하여 2배 가까이 높다. 이는 국토의 상당부분이 산악지형이라 일조량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고 설비를 위한 토지 가격 역시 미국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자력 발전은 가장 저렴하면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의 주요한 에너지원이다. 만약 원자력 발전량을 줄인다면 어쩔 수 없이 석탄을 사용한 화력발전량을 늘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발전비용이 엄청나게 높아져서 우리나라의 산업경쟁력을 잠식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석탄 화력발전에는 불가피하게 미세먼지가 발생한다. 미세먼지 때문에 온 국민이 걱정인 시점에 화력발전량을 증대시키고자 한다면 이 또한 거센 저항에 부딪힐 것이 뻔하다.

    문재인 정부는 신고리 5, 6호기의 건설을 중단하면서까지 원자력발전을 중단하려는 정책을 펴고 있다. 아무리 원자력 발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을 지라도 건설 중이고 엄청난 예산을 투입했을 뿐만 아니라 건설 중단에 따른 손해배상 등 향후에도 발전소를 준공하는 것에 비해 적지도 않은 예산이 투입될 사안을 여론몰이식으로 급하게 추진해야 할 이유는 없다. 기왕 진행 중인 건설은 마무리를 하고 앞으로 에너지 정책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깊이 고민해 보면 좋겠다. 짓다가 포기하면 처음부터 안 지은 것만 못하다.

    배 종 일

    대신회계법인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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