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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천년의 기록- 이학수 뉴미디어부장

  • 기사입력 : 2017-10-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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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류 역사는 기록으로 전승이 가능해졌다. 인간은 경험과 생각을 동시대 사람들과 공유하고 후손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그 수단으로 문자를 착안했다. 기원전 3100년께 인류 최초의 문자 수메르문자가 탄생했다. 이후 이집트 상형문자, 알파벳의 기원 페니키아 문자, 한자의 기원 갑골문자가 잇따라 만들어졌다. 문자 발명은 인류 문명사에 혁명적 사건이다. 그래서 인류정보화의 1차 혁명을 ‘말’, 2차 혁명을 ‘문자’, 3차 혁명을 ‘금속활자 인쇄술’, 4차 혁명을 ‘컴퓨터’라고 말한다.

    ▼인쇄기술과 대량 출판물은 큰 변화를 가져왔다. 같은 텍스트가 많은 학생과 독자 앞에 놓여지게 되자 구술(口述)교육 방식인 ‘스콜라 철학’이 끝났다. 미국 문화인류학자 마거릿 미드가 태평양의 어느 섬에 같은 책 몇 권을 가지고 갔는데, 토인들이 크게 놀랐다고 한다. 그들은 책을 본 적은 있으나, 한 권의 책은 어디까지나 그것 하나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몇 권이나 되는 책이 꼭 같다는 마술 같은 사실을 마샬 맥루한은 인쇄 문화의 충격으로 소개했다.

    ▼우리나라는 인쇄 문화의 종주국이자 기록강국이다. 세계 최고의 목판 인쇄본 무구정광대다라니경과 세계 최초의 금속 활자본 직지심체요절을 만든 민족이다. 특히 합천 해인사 팔만대장경은 목판인쇄술의 극치이자 세계의 불가사의다. 이를 인정받아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됐다. 추사 김정희는 그 글씨를 보고 “사람이 쓴 것이 아니라 마치 신선이 내려와 쓴 것 같다”고 했다. 목판이 보관된 해인사 장경판전의 과학적 신비는 이루 말할 수 없다.

    ▼합천에서는 대장경세계문화축전이 이번 주말까지 진행된다. 지난 2011년 고려 초조대장경 제작(1011년)을 기념해 시작한 행사로 이번이 세 번째다. 팔만대장경의 진본 전시로 볼거리를 더한다. 우리의 기록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가져볼 만하다. 선조들의 기록이 천년을 이어 우리에게 전해졌다. 해인사 소리길을 걸으며, 우리는 후손들에게 어떤 기록을 남겨줄 것인가 음미해 봄도 나쁘지 않다.

    이학수 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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