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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굴묘편시(堀墓鞭尸)- 이상권 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17-11-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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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수에 관한 얘기에 중국 초나라 오자서(伍子胥)가 빠지지 않는다. 그의 아버지 오사는 태자의 스승이었다. 평왕은 태자와 반란을 꾸민다는 참언을 듣고 오사와 큰아들을 죽인다. 둘째 아들 자서는 오나라로 망명해 합려의 신하가 된다. 15년간 절치부심하다 군사를 이끌고 초나라를 함락시킨다. 하지만 평왕은 이미 10년 전 세상을 떠났다. 오자서는 평왕 무덤에서 시신을 꺼내 쇠 채찍으로 300번 내려쳐 분을 풀었다. 굴묘편시(掘墓鞭屍) 고사성어는 여기서 유래했다.

    ▼오자서는 친구 신포서가 잔혹한 복수를 질책하자 ‘일모도원’(日暮道遠)과 ‘도행역시’(倒行逆施)란 말로 해명했다. “날은 이미 저물었는데 갈 길은 멀어 도리에 어긋나는 줄 알지만 부득이하게 순리에 거스르는 행동을 했다.” 오자서는 훗날 자신이 복수를 위해 도모했던 합려의 아들 부차로부터 자결을 명 받는다. 오자서는 죽으면서 눈을 빼 문 위에 걸어 오나라 멸망을 보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복수가 업(業)을 낳았는지 또 다른 원한을 품고 세상을 떠났다.

    ▼관을 파내 주검을 베거나 목을 잘라 거리에 내거는 극형인 부관참시가 있다. 조선 시대 폭군인 연산군 때 횡행했다. 세조의 왕위 찬탈을 비판한 것으로 몰아 ‘조의제문(弔義帝文)’을 지은 김종직을 부관참시한 무오사화(戊午士禍)가 대표적이다. 결과론적이지만 복수는 또 다른 화를 불렀다. 연산군은 서른 나이에 역병으로 죽고 김종직을 모함한 간신 유자광 역시 말로가 비참했다. 훈작을 삭탈당하고 유배됐다가 눈이 멀어 죽었다.

    ▼보복(報復)은 받은 만큼 피해를 되돌려 주고, 복수(復讐)는 원수를 갚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불구대천(不俱戴天), 즉 하늘을 같이 맞대고 있을 수 없는 만큼 원수는 끝까지 쫓아가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인지상정이다. 누구든 인간적 굴욕이나 부당함에 대해서는 되갚음을 다짐한다. 하지만 원(怨)은 원을 낳고, 복수는 복수를 부르는 게 세상 이치다. 남 피눈물 쏟지 않도록 처신하는 게 만고불변의 진리다.

    이상권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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