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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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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구닥다리의 단상(斷想)- 허만복(경남교육삼락회장)

  • 기사입력 : 2017-11-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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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누구나 직장 생활을 하다 일정한 연령이나 경력이 오래되면 퇴직을 하게 마련이다. 퇴직을 하고 나면 그동안 못했던 취미 생활이나 여행, 동호인 활동 등 마음을 다잡아 제2의 인생 설계를 하게 된다. 그것도 퇴직 후의 얼마 동안은 열정을 가지고 재미있는 개인 생활을 하다가 세월이 지나면 초록은 동색이라 같은 직업에 근무한 사람들끼리 모임을 갖는다. 일반 행정직의 모임인 행정동우회, 재향군인회, 법우회, 경우회, 체신회, 동창회 등 많은 모임이 있다. 그중 한 직장에서 평균 40년 이상 근무한 퇴직 교원들의 단체인 교육삼락회도 있다.

    정부에서는 오랜 기간 동안 국가를 위해 봉사를 한 공무원들에게 훈장을 수여하는데, 그중 교원들은 해마다 5000명 이상이 되며 여러 직종 중 가장 많다. 우스갯소리지만 교원들에게 선거 운동을 하면 도루묵이라고 했고, 자존심이 강한 집단이라는 말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타 직종의 사람들이 퇴직교원단체를 좀 격한 말로 김 안 나는 뜨거운 집단이며, 사상누각과 같은 단체라고 비하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교원들은 한평생 학생들과 생활하고 학생들 속에 파묻혀 오랜 세월을 보내다 보니, 사고의 범위가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순수하여 대부분 ‘어리숙하다’고들 말을 한다.

    그래도 퇴직교원들은 현직에 있을 때는 선생님이라는 직함 때문인지 그런대로 존경을 받아왔다. 당국에서는 이러한 점을 고려해 지금 사회적으로 가장 문제시되고 있는 인성교육을 경력도 없는 강사들에게 맡기지 않고, 교육경력이 풍부한 퇴직교원들에게 맡겨 학생이나 수강자들에게 맘에 와 닿고 행동의 변화를 주는 실질적인 인성교육을 하는 좋은 사례도 있다.

    우리 고장에서도 매년 교육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작년에 관심이 있어 참관을 했더니 전시회장은 매우 복잡하고 시끌벅적했다. 학생들의 갖가지 체험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 귀엽고 신기해서 정신 줄을 놓고 있는데, 무리지어 지나가는 젊은 선생님들의 말씀(?)이 ‘구닥다리 교장들이 뭐한다고 여기 와서, 안 그래도 복잡한데 더 복잡하다’고 푸념하는 것을 듣고 만감이 오갔다. 문제는 전직이 교육자였기에 관심이 있어 교육박람회장을 찾았지만 오히려 반갑잖은 손님이 된 셈이다.

    퇴직교원들은 그런대로 사회에서 소금 역할을 하고 귀감이 되겠다고 인성교육, 흡연예방교육, 비행청소년 지도, 교통지도, 상담활동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지만, 여러 해를 묵어 낡고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라는 뜻의 ‘구닥다리’라는 말이 자꾸만 메아리가 돼 늙은이의 머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이럴수록 퇴직자들은 지향점 없는 무거운 짐이 되는 구닥다리 노인들이 되지 말고, 몸과 머리를 쇄신해 몸은 늙어도 사고만큼은 참신한 새내기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지혜로운 노년생활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허만복 (경남교육삼락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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