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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천목천색(千木千色) - 이종훈 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17-12-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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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목은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사는 나무라고 한다. 이는 주로 고산지대에서 잘 자라 붙여진 이름이다. 벼락을 맞아 죽어도 뿌리 부분이 천년을 견딜 정도로 강해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강인하게 살아가는 상징성의 의미로 활용되기도 한다. 대나무는 겨울에도 푸른 잎을 지니고 있으며, 속은 비어 있으나 곧게 자라기 때문에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는 식물로 여겨져 왔다. 부정과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것을 ‘대쪽 같다’라고 한다.

    ▼나무의 모양새나 성질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흥미롭다. 그 자리에서 수백년을 살다 보니 밑둥이 든든하고, 끈끈한 나이테는 이야기를 만들어 인생 교훈으로 연결된다. 수령이 오래된 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하기도 한다.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의 비자나무숲은 500~800년생 비자나무 2800여 그루가 자라는 세계 최대 규모이다. 비자나무는 고려 명종 20년(1189)에 태어났다고 해서 일명 ‘천년 숲’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 나무도 역시 삶의 이정표를 제시해준다. 비자나무의 특성과 교훈은 1966년 발간한 김소운의 수필 ‘특급품’에서 잘 나타나 있다. ‘특급품’은 비자나무로 만들어진 바둑판에 상처가 있을 때 오히려 일급보다 높은 특급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바탕으로 인생의 유연한 태도를 강조한다. 인생도 자신의 과실을 뉘우치고 과실로 인한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면 더 나은 삶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나무는 늘 곁에 있지만 그 존재를 인식하지 못할 때가 많다. 기다림의 철학을 실천하며 묵묵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어 ‘나무는 자기 방어는 할지언정 결코 자동차를 들이받지 않는다’는 격언도 있다. 하지만 그들도 천목천색(千木千色)을 품고 있다. 하나하나 들춰보면 살아가는 지혜를 체득할 수 있다. 정상에 있는 나무는 자세를 낮추고, 산 밑에 있는 나무는 높은 곳을 향한다. 나무에서 인생 교훈을 얻는다. 이종훈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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