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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음주운전단속 사전예고제 시행에 부쳐- 차주철(함양경찰서 교통관리계 경위)

  • 기사입력 : 2018-01-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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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의 일이다. 대낮부터 술에 취한 어르신이 경찰서를 찾아 민원실이 소란스럽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경찰의 음주단속에 불만을 가지고 항의를 하러 온 것이다. 말을 들어보니 고된 농사일이 힘들어 새참으로 조금 마셨을 뿐인데 음주단속을 하여 벌금을 물게 됐다며 손해가 여간 아니라는 얘기였다. 고된 농사일의 피로를 달래려고 한잔한 것은 수긍이 가면서도 음주운전을 당연시하려 하는 ‘걸리지 않으면 그만이지’라는 심리와 음주운전에 대한 죄의식 결여, 만연한 안전 불감증이다.

    한국법제연구원의 조사에 의한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산출내역은 음주운전 1회에 약 893만원, 음주운전 사고 1건 발생 시 약 6243만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고 한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지난해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인원이 12만799명, 면허가 정지된 인원은 8만9666명으로 집계됐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연간 1조원을 훌쩍 뛰어넘은 지 오래다.

    지난해 8월부터 함양경찰서는 음주운전 단속 사전예고제를 시행하고 있다. 사전에 음주단속일자를 고지하고 함양 전역에서 음주단속을 하는 것이다. 시행 초 사전 통보하는 제도가 과연 음주운전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앞섰지만 일단 시행을 한번 해보기로 했다. 단속일자를 알려주고 단속하는 것은 오히려 음주운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내부의 부정적인 의견도 분분했다. 그래서 단속일자는 알려주되 구체적인 장소와 시간을 알려주지 않는 사전예고제를 시행하게 된 것이다. 일단 경찰 협력단체 중에서 사전단속 통보를 받고자 하는 사람에게 먼저 단속날짜를 통보하고 각 파출소에는 마을 이장에게 연락하여 마을 방송을 통해 홍보를 하도록 했다.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석 달간 시행한 결과 긍정적 반응이 나왔다.

    먼저 지역 군민들이 사전단속 통보를 받으면 음주단속에 대한 경각심과 오늘 하루만큼은 술자리에 자동차를 가져가지 않는다고 하고, 경찰이 단속을 위한 단속이 아닌 예방을 위한 단속이라는 호의적 여론이 많았다. 실제로 시행 3개월 동안 함양군은 2016년 대비 음주단속은 70건에서 35건으로 50%,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는 14건에서 6건으로 57%가 감소하여 음주단속 건수보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감소하는 상당히 고무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음주운전의 위험성은 아무리 강조하고 강조해도 모자랄 정도로 중요하다. 우리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과 걸리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이기심을 이제는 벗어던져야 할 때다.

    차주철 (함양경찰서 교통관리계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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