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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구멍가게- 이종훈 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18-02-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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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70년대 코흘리개들을 홀렸던 추억의 장소 중 하나가 구멍가게이다. 뽀빠이, 쫀드기, 눈깔사탕, 라면땅 등 이것저것 골라먹는 맛이 있는 구멍가게는 행복이 숨쉬는 곳이었다. 동전 한 닢이 생겨 커다란 눈깔사탕을 하나 사면 골목대장이 되기도 했다. 동네 아이들이 쪼르르 몰려와 눈을 꿈벅이며 ‘한입’을 바라고 줄을 서기 때문이다. 비닐에 싸인 사탕을 돌로 내리쳐 조각난 것을 서로 나눠 먹던 달콤함과 주머니에 가득하게 라면땅을 넣고 한 움큼씩 몰래 먹던 짜릿함이 동네 어귀마다 넘쳐났다.

    ▼구멍가게는 물건을 파는 역할뿐만 아니라 사랑방이자 파수꾼 역할까지도 했다. 동네 정보가 교환되는 공간이면서 또 늦게까지 어두운 밤을 밝혀 안전한 귀가를 도왔고, 길을 잃은 아이의 엄마를 찾아주기도 했다. 세상이 변하고 세월이 흐르면서 이 작은 구멍가게가 더 쪼그라들고 말았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편의점이 구멍가게를 밀어내고 골목 상권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편의점은 1989년 처음 등장해 4년 만인 1993년에 1000개를 넘어섰다. 2002년 5000개를 넘어 현재 전국에 3만5000여 곳이 성업 중이다. 이런 여파로 구멍가게는 2006년 9만6922개에서 2014년 6만9570개로 8년 만에 28%(2만7352개) 급감해 약 10년 만에 3만개가량 문을 닫았다고 한다. 연 3000개씩 폐업하고, 그 자리를 편의점이 메우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편의점 열기가 뜨거워 구멍가게가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편의점은 물건이 다양하고 여러 가지 혜택도 있다. 24시간 영업하는 곳도 있어 구멍가게보다 편리하다. 하지만 그곳엔 감시하고 계산하는 기계만 있을 뿐 사람의 향기는 찾기 힘들다. 가격표대로 기계가 계산하니 대화도 없다. 외상장부도 에누리도 없다. 이제 서민의 애환이 깃든 구멍가게도 게임으로만 볼 수 있는 시절이 와 버렸다. 편리성만 추구한 결과라는 생각에 씁쓸하다.

    이종훈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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