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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기념회 빙자한 정치자금 모금 없어져야- 박대영(부산대 생명산업융합연구원 교수)

  • 기사입력 : 2018-03-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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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철만 다가오면 출판기념회로 대한민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누구를 위한 출판기념회인가? 정치권에서 출판기념회의 유행이 시작된 것은 2004년 정치자금법 등을 개정한 이후부터이다. 기업 후원을 금지하고 후원금 액수가 제한되면서 정치자금을 모금하기 위한 편법으로 출판기념회(북콘서트)가 등장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도지사부터 기초단체장 후보까지 여야를 막론하고 마구잡이로 출판기념회가 열리고 있다. 적폐라는 지적에도 정치자금 모금이 금지된 지방정치인들에게는 합법적으로 비용을 마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현실이 반영된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출판기념회를 이용하여 정치자금을 모금한 후 선거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손해볼 것은 없으니 밑지지 않는 장사이다.

    출판기념회는 문인들의 작품발표회이거나 원로 학자의 학문적 업적을 칭송하기 위해 제자들이 스승에게 논문을 헌정하는 행사였다.

    출판기념회란 저자의 땀과 재능, 사상과 철학, 인생과 혼을 담은 작품집의 출간을 축하하기 위한 모임이다. 수필집의 경우 한 권을 묶으려면 엄격히 정선된 작품 50여 편은 있어야 하며 최소한 2년에서 길게는 10여년이 걸리기도 한다.

    그런데 요즈음 정치인들은 급조한 책을 가지고 출판기념회를 빙자하며 출정식을 위한 세 과시를 하거나 편법으로 선거자금을 모금하는 행사로 변질시키고 있다. 어떤 시의 시장은 임기 동안 매년 출판기념회를 열고 있다고 한다. 문필가가 1권의 책을 출판하기 위해 몇 년의 기간이 소요되는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또한 기존의 자치단체장들과 자치단체의 의원들은 물론이고 기성 정치의 적폐 청산을 주창하며 새 정치 운운하는 정치 신인들까지도 자신의 얼굴을 알리고 세를 과시하기 위해 출판기념회를 이용하고 있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선거를 앞두고 급조한 책을 쌓아 놓은 행사장에는 후보들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 몰려든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저마다 흰 봉투를 들고 줄을 선다. 출판기념회는 특히 지역 기업인들이 유력후보자에게 합법적으로 돈 봉투를 전달하는 창구로 전락했다는 느낌이 든다.

    흰 봉투 안에는 책 정가보다 훨씬 많은 돈이 들어 있고 이 금액은 낸 사람과 후보만이 알 수 있는 검은 커넥션이다.

    이는 법망을 피한 엄연한 편법 행위이고 공평한 승부가 아니다. 현역 선출직이거나 이미 사회적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는 후보들에게만 유리한 승부이다.

    이제 정치인들이 짜깁기를 통한 형편없는 졸필, 출판사의 컨설팅을 통한 대필, 심지어 화보집에 불과한 책을 가지고 더 이상 출판기념회를 빙자한 정치자금을 모금하는 폐습은 없어져야 한다.

    박대영 (부산대 생명산업융합연구원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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