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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파레시아 ‘진실을 말하는 용기’- 이경옥(경남여성단체연합 여성정책센터장)

  • 기사입력 : 2018-03-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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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존재자는 자신의 몫을 가지고 있다. 미셸 푸코는 진정성의 언어를 ‘파레시아(parrhesia)’라는 단어로 설명해 냈다. 고대 그리스어의 파레시아는 ‘진실을 말하는 용기’ 혹은 ‘솔직하게 말하기’를 뜻한다. 그러므로 파레시아는 ‘위험을 감수하고 말하는 용기’로서 자기 자신을 감추지 않고, 속이지 않고,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다.

    지난 1월 서지현 검사의 미투(미투는 ‘나는 당했다’가 아니라 ‘나는 고발한다’임)가 시작되고 지금까지 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의 미투가 이어져 제2의 촛불혁명이라고 할 만큼 우리사회 변혁의 장이 되고 있다. 서 검사의 미투가 이어져 미투가 촉발된 계기가 되었지만 사실은 과거에도 많은 여성들의 미투가 있었다.

    1986년도 부천경찰서 문귀동 경장에 의한 성고문 사건 때 권인숙의 미투가 있었고, 영화 ‘아이캔스피크’에 나왔던 1991년 위안군 피해자 김학순 할머니의 ‘나는 일본군 위안부였다’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촉발시킨 증언이 있었다. 1990년대 서울대 신 교수의 대학원생 성추행 사건, 그리고 2000년대 초 운동사회 성폭력 뿌리뽑기 100인 위원회에서 대학 총학생회, 노동조합, 사회운동 단체에서 벌어진 ‘운동사회 성폭력 가해자 명단’이라는 이름으로 공개한 미투 운동이 있었다.

    많은 성폭력의 피해자들이 ‘자신이 잘못한 것’처럼 자책하고 제2의 피해가 두려워 말하지 못하고 두려워했던 성폭력 피해에 대해 많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성폭력의 피해는 나만이 아니라 많은 여성들이 성폭력의 피해자였다는 것을 서 검사를 통해 연대의 힘을 얻었고 ‘진실을 말하는 용기’로 말하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러한 진실을 말하는 용기 ‘파레시아’가 미투로 이어지는 것이다. 미투가 우리사회의 가장 오래됐고 광범위한 적폐인 여성차별, 성폭력의 잘못된 문화와 구조를 바로잡는데 희망과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다.

    흔히들 조직내, 직장내 성폭력은 권력관계에서 발생한다고 말한다. 엄밀히 살펴보면 권력관계에는 성별권력이 다른 권력관계에 우선해서 성폭력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즉 성별권력에서 남성이 우위에 있으므로 발생하는 젠더권력이 작동하는 것이다. 2016년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성범죄 가해자 중 남성의 비율은 98.1%라고 한다. 성폭력의 본질적 문제는 여성혐오, 성차별적 권력구조에서 발생한다. 여성을 같은 동료이고 동등한 인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성적 대상으로만 여기는 가부장적 구조와 또 ‘남성의 성욕은 통제할 수 없다’는 왜곡된 성문화로 왜곡된 성의식에서 출발한다.

    많은 국민들이 미투를 지지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유명 방송인이 진영 간의 대결구조로 보면서 조작설, 정치공작설이 나오고 또 ‘누가 기획을 했니’ 하면서 미투를 희화화시키고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가하고 있다. 진보든 보수든 남성들의 강간문화에 대해 여성들이 피눈물로서 미투를 말하고 소리치고 있다. 또 인터넷에서 피해 여성의 미투를 비난하는 글들을 조직적으로 퍼트리고 댓글을 프로그램으로 조작하고 있다. 방송에 나와서 사라질 줄도 모른다고 신변 보호를 요청한 여성에게 2차 가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가해를 멈추고 자신들이 어떤 행위를 하는지 돌아봐야 한다. 미투가 본질이다.

    미투의 ‘파레시아’는 성차별적 사회구조를 바꾸고 존재자로서의 동등한 몫을 살아갈 수 있는 변화의 지점이며 세상을 바꾸는 희망의 출발점이다. 지금이야 말로 성폭력을 가능케 했던 구조, 즉 성폭력을 은폐하고 조장하고 침묵했던 수많은 요소들을 걷어내고 구조적 변화를 이뤄야 하며 가해자 처벌과 더불어 성차별적인 문화를 바꾸고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특정한 집단과 특정 개인만의 문제로 그들을 악마화하고 짤라내면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의 잘못된 성폭력문화, 여성을 동등한 존재자로서가 아니라 성적 대상화하는 문화를 바꿔 나가야 할 것이다. 자신을 던져 온갖 위험을 감수하면서 진실을 말한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응원을 보내며 함께 합니다.

    이경옥 (경남여성단체연합 여성정책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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