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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무한도전- 조고운 뉴미디어부 기자

  • 기사입력 : 2018-03-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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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랜 친구를 잃은 마음이다.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종방 소식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매주 토요일 밤이면 때로는 열성적으로 때로는 무심하게 스치듯 만나 왔던 세월이 무려 13년이다. 2006년부터 156개월간 562회가 방송되는 동안 아이는 청년으로, 청년은 중년으로 성장했다. 그 시간의 틈틈에 무한도전이 스며들어 있을 것이다. 오는 3월 31일 마지막 방송을 생각하면 콧잔등이 시큰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토록 새로운 역사를 많이 쓴 방송 프로그램이 있었을까. 한국인이 좋아하는 프로그램 1위를 최다 석권했고,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장르를 개척했고, 참여형 자막도 창조했다. 여름이면 음원시장을 들썩이게 했고, 달력과 웹툰 등을 통해 방송 밖으로도 영역을 확장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방송 사상 매회 다른 형식으로 만든 전무후무한 프로그램이었다. 볼 때마다 바뀌는 형식에 혹자는 무한도전을 ‘생물형 프로그램’이라고도 표현했다.

    ▼무한도전을 이끌어 온 힘은 무엇일까. 많은 이들이 그 원동력을 리더십에서 찾는 것 같다. 김태호 PD는 연출팀과 출연팀 모두를 크리에이터 집단으로 만들었다. 기존 작가가 쓰고 연출가가 지휘하는 형식을 탈피, 함께 기획하고 갑론을박의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출연자들은 사비를 털어서 별도의 연습 공간을 마련하는 열정을 가질 수 있었다. 단언컨대 그토록 창의적이고 참신한 기획과 방송은 어느 천재라도 혼자 만들어낼 순 없었을 것이다. 소통에 도전하는 리더십이라 볼 수 있다.

    ▼사람이 어떤 위험이나 불이익을 감수하냐를 보면 그가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는지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김태호 PD는 몇 년 전 인터뷰에서 ‘박수 칠 때 떠나는 것이 무한도전의 마지막 도전’이라고 말했다. 프로그램이 존속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지금, 회당 수억원이 넘는 광고와 높은 시청률과 인지도를 과감히 포기하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으리라. 그동안 셀 수 없는 도전으로 실패와 성공을 맛봤던 그들의 마지막 도전이 멋지게 성공했음에 한 애청자로서 경의를 표한다.

    조고운 뉴미디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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