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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스로트(Deep Throat)- 김희진 정치부 기자

  • 기사입력 : 2018-04-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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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둔 1972년 6월, 닉슨 대통령의 지지율은 신통치 않았고 경쟁자인 민주당 후보의 인기는 날로 높아졌다. 이에 불안해진 백악관 참모들은 닉슨의 재선을 위한 비밀공작반을 구성, 워싱턴 워터게이트 호텔에 있던 민주당 선거본부에 도청장치 설치를 시도했다. 단순침입 정도로 치부돼 묻힐 뻔했던 이 사건의 전말은 워싱턴포스트가 익명의 제보를 받아 보도하면서 세상에 알려졌고 결국 닉슨은 퇴진했다. 이른바 ‘워터게이트 사건’이다.

    ▼‘딥 스로트’(Deep Throat)란 워싱턴포스트 기자에게 취재의 단서를 준 익명의 제보자에 붙었던 별칭이다. 사건의 결정적 단서가 목구멍 깊은 곳에서 나왔다는 뜻으로 제보 덕분에 닉슨이 도청장치 설치 기도를 알면서 묵인했다는 사실 등이 드러났다. 내부고발자 또는 휘슬 블로어(whistle-blower)라고도 하는데 오늘날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 조직의 불법행위나 부정거래를 신고하거나 외부에 알리는 내부 사람을 지칭하는 고유명사로 사용되고 있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을 시작으로 총수 일가가 그동안 저질렀던 온갖 만행과 불법행위가 내부고발자에 의해 폭로되고 있다. 일부 직원들은 방송·신문에 제보하기도 하고 또 다른 직원들은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사례를 올리고 있다. 내부고발 내용은 부당 지시·인사 같은 조직내부 문제뿐 아니라 폭언, 폭행, 탈세, 밀수 등 중대한 범죄행위도 포함돼 있어 파문이 인다. 경찰, 관세청에 이어 공정거래위원회도 조사에 나섰다.

    ▼대한항공 사건처럼 이슈가 되면 우리는 내부고발자를 ‘정의 수호자’처럼 치켜세우지만 이후 그들이 처하는 상황에 대한 관심은 부족하다. 내부고발자는 배신자로 낙인찍혀 사회생활에 치명타를 입기도 하고 사측이 제기한 소송에 휘말려 경제적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고통은 그들만의 몫이다. 최근 기업이 내부고발자를 부당해고하거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하기로 한 유럽연합의 방침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김희진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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