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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선물- 조윤제 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18-05-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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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는 결혼한 이후 20년 동안 단 한 번도 구입하지 않은 생활 필수품이 몇 가지 있다. 꼭 필요한 물건인데, 필자의 돈으로 한 번도 구입하지 않은 생필품. 그것은 휴지와 주방세제이다. 부모님 댁을 방문할 때마다 어머니는 어디서 구했는지 휴지와 세제, 라면 꾸러미를 차에 실어 주신다. 휴지와 세제는 한꺼번에 많이 사용할 수 없는 물품이고, 어머니가 계속 모아 선물하기 때문에 집 창고에 차곡차곡 쌓여 오랫동안 요긴하게 쓰고 있다.

    ▼그럼 어머니는 그 많은 생필품을 어디에서 구했을까? 나들이를 좋아하는 어머니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각종 물건을 파는 그런 곳을 자주 찾으신다. 그곳에 가면 참석기념품 성격으로 생활필수품을 나눠준다는 것이다. 1인당 많은 양을 주지 않기 때문에 어머니는 거의 매일 그곳에 가서 공연 보고 생필품도 받아 오신 모양이다. 공연 보고 덤을 챙겨오는 재미에 아버지와 며느리들이 만류해도 어머니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아침밥 먹는 작은아이의 모습을 자주 바라본다. 아이 키우면서 좋은 일, 궂은 일도 많았고, 아내와 언쟁도 많았지만 그래도 무럭무럭 잘 자라주는 아이가 대견해 밥 먹는 모습을 종종 지켜보곤 한다. 아마도 30~40년 전 필자의 어머니도 자식의 밥상을 차리면서 아들의 밥 먹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봤을 것이다. 먹는 데 급급했던 아들은 그런 어머니의 시선을 느끼지 못했겠지만 분명 어머니는 자식의 그 모습을 은근한 눈빛으로 바라보았을 것이다.

    ▼지금의 아들을 바라보는 필자의 가슴과 그때의 아들을 지켜보신 어머니의 가슴에 차이가 있을까? 자식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보편적 사고로 또래 집단에 잘 적응하는 일, 좋은 직장에 취직해 좋은 배우자 만나 행복한 가정 꾸리는 일, 성공한 중년으로 어려운 사람들 도우면서 아름답게 삶을 영위하는 일, 필자의 이런 생각에 어머니는 적극 동의하실 거라 믿는다. 아무리 그래도 부모 품 떠난 아들들에게 생필품을 계속 선물하시는 어머니의 지극정성을 어떻게 본받을까? 자신이 없을 것 같다.

    조윤제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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