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9월 20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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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길을 향한 첫걸음- 이훈호(경남연극협회 회장)

  • 기사입력 : 2018-05-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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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2월 17일 설 연휴 때 경남연극협회 임원 카톡방에 협회의 한 임원이 쓴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모두들 설 잘 보내시고 계시는지요?~♡ 저는 요 며칠 이윤택 선생님의 일련의 성추행 사건 폭로를 지켜보면서 고민이 되었습니다. 이대로 우리 경남연극계는 침묵해야 하는 것일까? 밀양연극촌이 경남 밀양지역에 엄연히 자리하고 있는데도 경남지회 소속이 아니라는 이유로 과연 이번 일을 묵과해야 하는가? 어쩌면 우리의 암묵적인 침묵이 그동안의 밀양연극촌의 그릇된 행태들을 방관하여 기형적인 집단이 되어가는 데 보태는 꼴은 아니었는가? 경남연극계의 침묵에 대해 전 알 길은 없습니다만 왠지 나의 침묵이, 우리의 침묵이 불편할 따름입니다. 이 어려운 시대, 연극을 하려는 후배들에게 건강한 텃밭을 마련해주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우리 기성세대의 몫이 아닐까 합니다.”

    협회 임원들은 다음 날인 2월 18일에 논의를 거쳐 경남연극협회의 입장을 정리하기로 했다. 그런데 2월 18일 새벽, 서울예술대학교 페이스북 익명 게시판에 10여년 전 경남연극협회 김해지부 소속 극단 번작이에서 벌어진 조증윤 대표의 성폭행 관련 글이 올라왔다. 배우를 꿈꾸는 청소년에게 건강한 삶의 방향을 제시하기는커녕 정신적, 신체적으로 유린한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였다.


    ‘미투 운동’은 경남연극계를 집어삼켰다. 경남연극인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참담함을 느끼며 책임을 통감했다. 경남연극협회는 이러한 행태를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가해자인 조 대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하였고, 2월 19일 긴급이사회를 통해 조 회원을 영구제명, 극단 번작이에 대해서는 정단체 자격박탈을 의결, 2월 20일 (사)한국연극협회의 승인을 받았다. 그리고 2월 26일 경남연극협회 회원 일동은 연극인들 개개인의 인권을 지키고 건강한 작업환경을 만들어 가겠다는 내용을 담은 기자회견을 했다.

    그 후 전문가 단체와 긴밀히 공조해 성폭력예방교육을 받고 피해사실을 알릴 수 있는 상담창구를 마련하고 교육청과 협의해 연극을 꿈꾸는 청소년을 위한 재발 방지 노력을 하고 있으며, 연극 현장의 권위주의 문화와 위계에 의한 폭력, 그리고 성차별과 성폭력 등 인권침해 문제의 폐단을 개선하기 위한 내규를 마련 중에 있다.

    일련의 일들을 겪으며 행복은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척도임을 깨닫게 된다. 흔들리지 않을 소소한 행복을 함께 나눌 사람들과의 새로운 관계 맺기를 위해 첫걸음을 내딛고 있다. 그리고 임원 그룹카톡방에 올라온 임원님 말씀을 새겨본다.

    “이 어려운 시대, 연극을 하려는 후배들에게 건강한 텃밭을 마련해주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우리 기성세대의 몫이 아닐까 합니다.”

    이훈호 (경남연극협회 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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