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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조고운 뉴미디어부 기자

  • 기사입력 : 2018-05-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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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월이 깊었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별칭답게 세상이 아름다움으로 눈부시다. 푸름과 맑음이 절정에 달한 날씨는 경쾌하고 보드랍다. 5월에 왜 사랑을 말하는 기념일이 많은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야속하게도 이대로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시간엔 꼭 가속도가 붙는다. 우리는 이 계절이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김영랑 시인이 지는 모란꽃을 보며 노래한 ‘찬란한 슬픔’을 필자는 봄이 저무는 5월에 절감한다.

    ▼5월에 ‘밥벌이의 슬픔’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부모와 자식을 둔 소위 끼인 세대들이다. 어린이날부터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로 이어지는 기념일은 그들의 지갑을 사정없이 강탈한다. 게다가 각종 휴일 비용에 결혼식 축의금 지출까지 몰리면서 ‘메이포비아(5월 공포증)’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그러나 철없는 아이의 반짝이는 눈빛과 노쇠한 부모의 작아진 어깨를 떠올리면 그나마 위안이 되는 슬픔이다.

    ▼반면 5월이면 ‘부재의 슬픔’에 우는 이들도 있다. 각종 기념일에 축하와 감사를 나눌 대상이 없는 이들이 그렇다. 부모가 없는 아이에게 어린이날은 잔혹하고, 자식이 없는 노인에게 어버이날은 쓸쓸하다. 여러 이유로 각자의 사연을 가지게 된 다양한 형태의 가족은 ‘가정의 달’이란 이름으로 무신경하게 벌어지는 각종 이벤트 앞에서 홀로 상처를 보듬어야 할 때가 많다. 우리는 내 이웃의 슬픔을 위해 5월엔 더 세심해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5월에는 ‘광주의 슬픔’이 있다. 5월의 광주를 떠올리면 눈물이 나는 이유를 작가 한강은 이렇게 말했다. ‘광주는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된 것, 훼손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이다. 피폭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광주가 수없이 되태어나 살해되었다.’(책 ‘소년이 온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38주년이 된 오늘도 여전히 광주는 슬프다. 진실 규명과 진정한 사과는 언제쯤 도착해서 광주를 토닥여 줄 수 있을까. 다가올 어느 5월, 광주에서 나의 아이들에게 슬픔을 넘어선 희망을 이야기해 주는 날을 꿈꿔본다.

    조고운 뉴미디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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