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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민주선거 70년, 전국지방 동시선거 7번째- 남재우 (창원대 사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8-06-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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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최초의 선거는 1948년 5월 10일 국회의원선거였다. 성·인종·종교·연령·교육·신분·재산의 소유 정도와 상관없이 일정 연령 이상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보통선거’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유엔의 감시 속에서 시행되었고 민족분단의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70년이 흘렀다.

    ‘보통선거’는 도둑처럼 오지 않았다. 선거권은 처음부터 누구에게나 주어진 것은 아니었다. 영국의 경우 노동자들은 1838년부터 21세 이상 남성의 보통선거권 등을 인정하라는 차티스트운동을 전개했고, 1867년에야 노동자의 선거권이 인정되었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과 흑인의 선거권 획득은 더 많은 희생을 요구했다. 1791년 ‘여성인권선언’을 발표한 프랑스의 극작가 올랭프 드 구즈는 ‘여성이 단두대에 오를 권리가 있다면 의정 단상에 오를 권리도 있다’라 말했고,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미국 여성 민권운동지도자 수잔 B 앤서니는 1872년 뉴욕에서 투표했다는 이유로 여성 4명과 함께 체포되었다. 그는 법정에 서서 “민주공화제 정부가 지정한 투표권은 부인하면서 여성에게 자유라는 축복을 구가하라 말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위선”이라 외쳤다. 1920년 여성에게 참정권이 주어졌다. 2차 세계대전이후 10년 동안 100개국 이상이 여성의 선거권을 인정하게 되었다.

    미국흑인들의 완전한 투표권 획득은 피의 대가였다. 1965년 흑인 투표권에 관한 극심한 탄압을 고발하고 법 개정을 요구하는 투쟁이 앨라배마주 셀마에서 시작되었다. ‘셀마-몽고메리 행진’이 그것이다. 흑인시위대 600여명은 투표권을 주장하며 80번 고속도로를 따라 몽고메리에 위치한 주의회로 행진했다. 에그몬드 페터스 다리에서 무장한 백인주립경찰대가 무차별 공격했고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피의 일요일’이었다.

    보통선거는 우리나라에서도 그냥 주어지지 않았다. 해방과 함께 찾아온 것도 아니었다. 여성들이 그랬다. 1898년 9월 1일 서울 북촌의 부인들이 발표한 ‘여권통문’이 최초의 여성참정권 운동이었다. 일제하 여성들의 항일독립운동 참여는 1919년 공포한 ‘대한민국 임시헌장’ 제3조에서 ‘대한민국의 인민은 남녀귀천 및 빈부의 계급이 무한 일체 평등임’을 명시하게 했고, 일제시기 여성사회단체인 근우회도 ‘여성에 대한 사회적·법률적 일체의 차별철폐’를 주장했다.

    13일 시행되는 지방선거는 7번째다. 1952년 4월 25일과 5월 10일에 시·읍·면의회, 도의회 의원선거가 최초 실시되었다. 최초의 시장선거는 1956년, 최초의 시·도지사선거는 1960년 12월에 시행되었다. 하지만 박정희 군사정권은 지방의회를 해산했다. 그러다 1987년 6월항쟁의 영향으로 1991년 기초·광역의회 선거가 실시되었다. 김영삼정부가 들어서면서 1995년 6월 27일 지방의회뿐만 아니라 단체장까지 주민이 선출하는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처음 치러졌다. 교육감선거는 2010년 이래 세 번째다.

    선거권은 투쟁의 결과로 얻어진 참정권이며, 개인이 원하는 사회를 만드는 시작이다. 지방선거는 ‘우리를 빼놓고 우리와 관련된 일을 정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정책이 드러나지 않는 ‘깜깜이선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지역정책이나 지역의제가 드러나지 못하면 그 피해는 지방사람에게 돌아간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지난 촛불혁명에 참여했던 시민들의 요구가 실현되어야 한다. ‘적폐 청산’이 그것이다. 현재의 중앙집권체제는 그 자체가 적폐다. 다양성이 존중되지 못하는 지방선거도 적폐다. 다양한 계층을 대변할 수 있는 지방의회여야 하지만, 거대 정당인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는 4인 선거구를 없애고 축소했던 것이다.

    지금 지방은 생산기반 축소, 일자리 감소, 인구유출·황폐화라는 악순환에 허덕이고 있다. 지방이 박탈감과 소외감에서 벗어나려면, ‘지방에 결정권이’ ‘지방에 세원이’ ‘지방에 인재가’ 있는 진정한 지방자치제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한 표를 찍어야 한다.

    남재우(창원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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